'월곡한담'
2006.03.24 08:41
“사람들이 장례식에 참석해서 5분만 생각에 잠긴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다워질 것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이다.
우리는 어떨까. 죽음 앞에서 겸손하고 진지하게 생각에 잠겨 본 적이 있을까.
엊그제 우연히 아는 사람한테서 두 권의 책을 받았다.
‘월곡한담(月谷閑談)’이란 제목의 책인데 1, 2권으로 이뤄져 있다.
글을 쓴 사람은 이철주 씨.
그는 2004년 2월 48세에 사망했다.
이 책은 그가 사망하기 전 5년여 동안 쓴 글을
그의 아내가 엮어서 지난달 그의 2주기를 맞아 펴낸 것이다.
이 씨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부장을 지냈다.
1980년대 초 강철보다 5배나 강한 신소재인 아라미드 섬유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역이기도 하다.
2000년 4월. 이 씨는 ‘골수섬유증’ 진단을 받았다.
피가 만들어지는 골수가 굳어지는 불치의 병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불 꺼진 거실에서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10년만 더 살 수는 없을까? 내가 죽으면 아내와 아이들은?’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이제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것이었다.
가까운 사람들, 특히 아내와. 그는 여행을 다니며 재미있는 추억을 만들기도 하고
옛날 재미있던 추억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월곡한담’은 그 추억의 기록이다.
일터가 있는 서울 성북구 월곡동에서
죽음을 앞두고 써 내려간 ‘한가로운’ 이야기들이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을 찾아온 후배를 ‘박살’냈다.
자기네 부부를 ‘The Beauty and The Beast(미인과 야수)’라고 했기 때문이다.
잘생긴 자신을 ‘The Beauty’라고 부르는 것이야 어색하지 않지만
선배의 예쁜 아내를 ‘The Beast’라고 하는 ×은 용서할 수 없었단다.
재미있게 살려고 애를 쓰지만 어쩔 수 없이 쓸쓸한 풍경도 많이 나온다.
2001년 겨울 청량리역에서 눈꽃열차를 타고 강원도 폐광촌을 지나다
언덕에 다닥다닥 붙은 폐가(廢家)를 보며 그는 생각에 잠긴다.
“눈이 좀 더 많이 내렸다면 저런 아픈 모습이 조금은 가려졌을 텐데….”
병원에서는 이 씨가 화학실험실에서 독성 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
병의 원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책 2권의 ‘괴질부(怪疾賦)’에서 그는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러면서 말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슬퍼하지 말라”고.
그러면 자신이 더 슬퍼진다고. 그는 사후에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책을 펴낸 부인 박기아(47) 씨는 ‘월곡한담’이 남편의 사랑 고백이었고
또한 작별인사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남편의 따뜻한 가슴을 닮자고 다짐한다.
자신의 가슴 한편에 남편의 가슴도 담아서 두 배로
열심히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며 살겠다고.
박 씨는 서울의 한 양로원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
‘월곡한담’은 비매품이어서 서점에는 없다.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 한번쯤 생각에 잠겨 보고 싶은 분은
‘다할미디어’(02-3446-5381)로 연락해 보시길…. <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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