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2009.09.02 11:16

임혜신 조회 수:37

지난 여름 
사랑의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길을 잃었었네.
오래된 도시의 커다란 몸속으로
어둠은 그 어떤 징조처럼 무겁게 번져가고
방향을 잃고 헤매던 나는
외로움과 무서움에 떨었었네


혼자 여행을 하기에 
세상은 너무 위험한 곳이야‘
머릿속에 흐느끼던 칼바람소리 
어디로 운전대를 돌려도 캄캄한 미로였던
한 시간 반의 필라델피아, 

사랑의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낯선 도시에서


그때 나는 만났네
불빛 희미한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던 사내
검은 손 검은 얼굴 검은 목소리 속에
담뱃불만 뻐끔 뻐끔 오르내리던 자


차창을 다 열지도 못하고 길을 묻는 나의 
불신과 불온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짓 발짓 뒤를 따라오며 
헤이, 이 멍청한 여자야, 
그리 가면 안 된다니까! 소리 지르던 자


혼자 가는 여자를 필시 해치리라던 
소문 속의 남자


그날 밤, 
호텔로 돌아와 고단한 몸을 누이며
내 몸속에 잠드는 바보 같은 여자에게
일러주었네, 다시는 잊지마라
천사는 네가 두려워하는 거리
더럽고 버림받은 세상의 뒷골목에 
홀로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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