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아침

2007.10.03 10:53

임혜신 조회 수:65

밝은 아침 



깊은 어둠이 사라질 때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첫 햇살에 쩍 하니 
어둠의 늑골이 열릴 때
이름 없는 그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사라지는 어둠과 
쉼 없이 열리는 당당한 빛 사이에서 
몹시 혼동되어 당신께 물었습니다
이 구석 저 구석에 남아있는 이들이 다 무엇이냐고
당신은 대답했습니다
그것이 어둠의 껍질이니라

허물어진 건물에서 거미처럼 기어 나오는 흑인 노인도 어둠의 껍질입니까, 공사장 근처에서 담배를 물고 이민국 눈치를 살피는 큐바인 청년도 어둠의 껍질입니까, 잡풀 우거진 네거리에 'Work For Food' 주인을 기다리는 빼빼 마른 피리쟁이도 어둠의 껍질입니까, 햇살을 미끄러져 오는 칼날 같은 바람소리 쓰레기 흐트러진 골목으로 우수수 떨어지는 연꽃 같은 여인들도 어둠의 껍질입니까, 머리핀에 새겨진 호랑이와 꽃 잿빛으로 바래어 가는 중국인 웨이추레스도, 그녀를 기다리는 열 살 짜리 소녀, 소녀가 홀로 TV를 보는 빈집도, 빈집에 새벽까지 서성이는 불빛도, 불빛을 삼키는 낮은 안개도 모두 모두 어둠이 벗어버린 껍질입니까, 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당신은 대답했습니다
그것이 또한 생명의 허물이니라
허물들이 어둠을 나누어 지니고
여기 저기 흩어졌으므로
찬란한 새벽이 온 것이니라

그러면 어둠은 사라진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은 다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2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