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의 테러

2007.10.03 10:54

임혜신 조회 수:163

빵집의 테러 



여자는 걱정이 많았지요, 살이 잘 오른 빵들과 함께 선반에 앉아있을 때도 신경질적인 손님들이 시간을 재촉할 때도 여자는 슬펐지요, 훈훈한 버터향 속에서 푹푹 부풀리는 일을 끝내고 나면 깊이 관여할 일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일, 내일이나 내달이나 끝장이 날 것이라든지, 지구가 사 분의 삼쯤 우주에서 온 검은 괴물에게 먹힐 것이라든지, 과격한 소문들이 바람처럼 불어오고 나가는 골목 끝의 빵집, 밀가루 반죽 속만큼은 얼마나 포근한 지 그 안에서라면 세월을 마음대로 펼치고 접을 수 있었던 여자는 번민이 많았지요, 햇살이 설탕처럼 솔솔 녹아 내리는 카운터의 봄날, 변해 가는 것이 빵만은 아닐 테니까요, 나른해진 상상력조차 이내 바닥이 날것이고, 신선한 체취도 상할 것이고, 핏줄과 뼈와 뉴론에 까지 곰팡이가 번식한다면, 검은 살 속에 갇힌 빵들, 저항 한 번 못한 일생을 순식간에 마치게 된다면, 미래가 두려웠던 눈빛 고운 여자는 편치 않았지요, 창과 지붕, 그리고 가슴이 후욱 터져 나가던 마지막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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