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하얀 집 / 석정희

2009.07.08 10:39

석정희 조회 수:1161 추천:241

언덕 위의 하얀 집 / 석정희

                                  
우리 가족의 행복이 넘치는 집. 나의 꿈이 영그는 보금자리. 어릴 적부터 꿈속에 그려왔던 아름다운 가정. 내가 이 집에 이사 온 것은 지금부터 22년 전이었다. 당시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왕이면 집을 사면 어떨까? 하고 남편과 의논을 하니 참 좋은 생각이라며  맞장구를 쳐서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여러 주택들을 둘러보았다.
  
내가 원하는 언덕 위의 하얀집은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돗단배 떠가고 은빛 찬란한 수평선 위로 갈매기 날으며 만경창파에 그리움의 배 떠가는 아름다운 곳, 언덕 위의 하얀 집 이었다.  

그러나 도심속 남편 출퇴근이 용이하고 아이를 교육시킬 수준이 높은 곳을 찾으려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하얀 집은 일단 포기했다. 남편 친구 누이가 매물이 하나 나왔다 하여  보러 가는데, 밤이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와서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단지 언덕 위의 하얀 집,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집같이 언덕 아래로 가로등이 비추이고 어두운 숲속에는 불빛이 반짝이고, 저 멀리 L.A.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야경에 반하여 무조건 계약을 했다.
  
다음날 내 집이라 생각하고 와보니 곳곳이 낡고 손댈 때가 많았다. 그래서 산 후에도 고치고 새로 칠하고 해서 제법 비용이 많이 들었다. 힘들었지만 다 꾸며 놓고 보니 이제는 내 포근한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층으로 된 집이라 거실과 도서실과 베란다 그리고 계단을 따라 오밀 조밀 꾸밀 곳이 많았다. 뒤뜰도 제법 큰 편이라 돌아가면서 여러 가지 과일 나무를 심었다.
  
여인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석류나무, 우리 삶의 감초만큼이나 꼭 필요한 대추나무, 감나무, 사철 푸르게 열매를 맺는 레몬나무 등… 햇빛이 온종일 비추는 양지바른 곳에는 담쟁이 넝쿨을 배경삼아 하와이 난으로 모양을 내고 각종 선인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계절 따라 꽃이 피고 꽃에 따라 향기가 다른 우리 집 정원은 나에게 소녀 같은 꿈을 주고 아름다운 시상이 떠오르게 하는 꿈의 동산이었다.
  
아름답고 예쁘고 정이 듬뿍 든 내, 스위트 홈 일터에서 돌아오면 탁 트인 전경과  엘에이 시내가 내 정원 같은 곳 언덕 위의 하얀 집. 심신의 피로를 풀고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는 행복속에서 부러울 게 없는 복된 시간들을 보내고 있던 어느날 내 남편이 건강이 안좋아 쓰러지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만족과 행복의 그릇이 산산조각이 나고 언덕 위 하얀 집은 금새 어두운 검정 집 이 되고 말았다. 가장의 고통은 온가족의 고통으로 변하고 씻을 수 없는 슬픔의 그림자가 커튼처럼 드리웠다.
  
보이는 유형의 집이 아무리 아름답고 전망이 좋고 타의 부러움을 한 손에 쥐었다해도 하얀 집의 행복은 겉으로 화려함보다 내면세계에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가장을 비롯하여 온 식구들이 건강하며 웃음의 꽃이 사시사철 피어나야 한다. 행복의 향기가 담장을 넘을 때에 진정한 언덕 위의 하얀 집의 꿈이 현실화 한다. 그 진리를 터득하는 순간, 내 마음은 도사의 반열에 낀 듯하다.  
  
며칠간 고생했던 건강이 되살아나고 이제는 남편도 이 집을 어지간히 좋아하는 모습이다. 바쁜 중에도 허리가 편치 않은데 매일 잔디에 물을 주고 잘 가꾸어 나가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가끔 손님들이 주말에 오실 때에는 바비큐를 굽고 샴페인을 터트리며 노래도 부르고 환담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때로는 따뜻한 양지에 앉아 독서삼매경에 빠진다.

사람이 자기가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싶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행복하고 감사하다. 꿈에 그리던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살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결혼하여 예쁜 손자를 안겨준 딸 자연이와 행복한 나날이 얼마나 감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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