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초상(肖像) / 석정희

2011.08.16 18:00

석정희 조회 수:1754 추천:258

바람의 초상(肖像)  / 석정희 

  
바람의 얼굴 본일 없이 얼굴 그려 본다

굽이 돌아 골목 훑고 지나다가

가로수라도 만나면 잎새마다 얼굴 그려내며


꽃으로 숨어 있다가 빛깔 풀어내고
색깔마다에 눈을 달고 내달아 간다

잎새 하나 하나마다 그려지는 얼굴의

본색 드러내는 바람에 묻어 오는


눅눅하게 젖은 우수도,까칠하게 모래 품은 바람
자다 깨다 오늘을 지나는

천연덕스레 나무에 달려 표정 짓지만

 

얼굴은 얼이 통하는 통로라 하지 않나
하늘 보아도 땅을 보아도 보이지 않던 바람

길가에 나무에 다닥다닥 붙어

이런저런 모습 드러내는 저녁 무렵


박쥐 뛰어나르는 사이로 땅거미 어른거리면
벽돌담 위의 가시철망도 뚫고 지나

벽에 부딪쳐도 다시 나뭇잎새에 엉겨


야누스의 얼굴로 희죽대는 잎새마다의
얼굴이 되어 할퀴고 지나가 버리는

사람들의 바람끼 꽃을 쓰러뜨리고

골목마다 나뒹구는 꽃잎 하나 하나 어둔 빛에 묻힌다
상념을 털고 바람의 얼굴 보러 바다로 나가고 싶다


여심 (석정희 작사 이호준 작곡 ) Sop, 이명규. Pf 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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