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뒤 돌아보면 / 석정희

   새 울고 간 나무가지
   가슴에 흔들리면

   지나온 길에 만났던 일
   낙엽으로 쌓여 와

   가을 밤 깊은 시름
   어둠으로 묻는다

2. 넌 갈 수 있는데 / 석정희

   어느 때나 올 수 있고
   떠날 수 있는 너의 자유

   나는 떠날 수 없고
   나를 수 없는 속박에 묶여

   볼 수 없고 풀 수 없는
   자유와 속박으로 갈등한다

3. 떠가는 마음 / 석정희

   모래 위에
   글씨를 쓴다
   이름일까 소망일까
   채 쓰지 못한 사이
   물결 밀려와 싣고 간다
   쓰고 또 쓰는
   글만 떠가고 있다

4. 빛과 그림자 / 석정희

당신이 빛이라면
나는 그림자

항상 빛을 바라보면
그림자는 뒤에 있다

테고가 남긴 흔적 위에
빛에 어리운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