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아직도 그렇게 서 있었네

2016.08.13 02:42

이성열 조회 수:109

나무는 아직도 그렇게 서 있었네
 
샌 피드로 바닷가
벼랑 끝에 소나무 한 그루
대지 쪽으로 몸을 향한 채
아직도 그렇게 서 있었네
 
바다에서 불어오는 모진 바람으로
나무는 날마다 어디론가
떠나가기를 열망했네
 
옆에선 팜트리들이
원주민처럼 발가벗고 춤을 추는
태풍이 몹시 불던 날은
그 가지와 잎새들이 마구 꺾였네
 
하지만 그렇게 한 번
뿌리 내린 나무는
바람이 불면 짐승처럼 울며
언제라도 떠날 채비가 된 것처럼
아직도 그렇게 기울이고
거기에 서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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