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꿈

2009.05.17 07:16

이성열 조회 수:1366 추천:94

조기가 먹고 싶던 날 밤엔
그게 물 위에서 불끈 솟는 꿈을 꾸었다
내가 잡아 먹으며
정승 감투까지 쓰고 앉았었다

하긴 요즘 높은 자리에 있지 앉고야
어릴 때 보던 누으런 빛이 도는
큼직한 영광 굴비 한 마리
구경하기 어디 쉬운가

언젠가 바다에 낚시 들고 나가서
제법 큰 놈을 잡아 올렸지만
바닥 생선이라 오염이 심각하다고
엄중 경고 달아 놓고 먹지 말랜다

하면야 수입된 것들도 더러운 물이
더 들면 들었지 덜 하지는 않을테지만
그 향수가 뭔지 손바닥 크기에도
못 미치는 중국산 새끼 조기 사다 놓고

그 뼈를 바르면서 이 작은 것들
잡아대니 조만간 그 씨도 마를 것 같고
이것이 사람의 큰 몸통에 들어 와
영양소 노릇하긴 아예 그른 것 같고

공연한 굴비 꿈, 전전긍긍 한 나절 다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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