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 꿈

2009.05.17 07:16

이성열 조회 수:1366 추천:94

조기가 먹고 싶던 날 밤엔
그게 물 위에서 불끈 솟는 꿈을 꾸었다
내가 잡아 먹으며
정승 감투까지 쓰고 앉았었다

하긴 요즘 높은 자리에 있지 앉고야
어릴 때 보던 누으런 빛이 도는
큼직한 영광 굴비 한 마리
구경하기 어디 쉬운가

언젠가 바다에 낚시 들고 나가서
제법 큰 놈을 잡아 올렸지만
바닥 생선이라 오염이 심각하다고
엄중 경고 달아 놓고 먹지 말랜다

하면야 수입된 것들도 더러운 물이
더 들면 들었지 덜 하지는 않을테지만
그 향수가 뭔지 손바닥 크기에도
못 미치는 중국산 새끼 조기 사다 놓고

그 뼈를 바르면서 이 작은 것들
잡아대니 조만간 그 씨도 마를 것 같고
이것이 사람의 큰 몸통에 들어 와
영양소 노릇하긴 아예 그른 것 같고

공연한 굴비 꿈, 전전긍긍 한 나절 다 보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 수필 고 수 이성열 2015.11.28 106
95 구원 이성열 2015.11.15 18
94 담쟁이 이성열 2015.10.28 67
93 후추와 고추 이성열 2015.10.21 71
92 텃밭에서 [2] 이성열 2015.10.06 41
91 st. 헬렌 계곡에서 [1] 이성열 2015.10.01 64
90 하이킹을 하며 [1] 이성열 2015.09.22 30
89 달처럼, 해처럼 이성열 2015.09.16 66
88 목걸이(2) 이성열 2009.06.28 1267
87 7년 만의 변신(2) 이성열 2009.06.28 911
86 방울뱀 이성열 2009.05.31 872
» 굴비 꿈 이성열 2009.05.17 1366
84 뒤보기 이성열 2009.04.25 854
83 기타교습 이성열 2009.04.06 818
82 도둑 이성열 2009.03.14 814
81 극장에서 이성열 2009.01.03 591
80 시지프스의 외침 이성열 2008.12.25 618
79 호떡 이성열 2008.12.03 529
78 미끼 이성열 2008.11.25 541
77 고물차 이성열 2008.11.14 528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42,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