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서영의문학서재






오늘:
0
어제:
1
전체:
7,891

이달의 작가

빙하기 부터의 어느 驛이 아닐까                                                      

 

09-15-2019

안서영

 

내가 지구를 돌아 다시 여기 선 것은

한 백년쯤 걸린것 같은데

동쪽으로 가는 곳 마다 무리져 숲을 이룬 나무들

전나무 떡갈나무 참나무 소나무

맨몸, 우아한 외로움으로 서 있는 사이베리아의 자작나무 숲

슬로바키아의 원시림

독일 참나무 숲, 가문비 나무, 물푸래, 너도 밤나무

일본의 편백

천년을 견디어 낸 레드우드 군락 세쿼이야 숲, 삼 나무

 

재해에 타고 뽑혀 딩구는 앙상한 나무 숲 지날 때면

백 년 전 일처럼 일어서는 기억

은빛 고기들 튀어 오르던 앞 강

함께 다리 걷어 부치고 투망을 던지던 김가 이가 박, ,마가의

건장한 동네의 젊은이들

어떤 이유에서 인지 온 마을이 불에 타고

달 밝은 밤을 타 잿더미를 뒤지던 젊은 아버지

그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고…..

 

운명,

붉은 겨울꽃 목이 껵여도 거슬릴 수 없어

쌔끼들 치고 번식 해 군락群落을 이루고 이루었던

춥고 고독한  내 아버지의 긴 침묵처럼

묵중함과 외로움 지켜 나가는 나무들의 숲

 

생명은 이어진다 뿌리는 더 질기다

대륙이 다르고 종류가,기온이 달라도

손을 뻗어 연결 하는 둥근 지구

숲은, 나무는  

빙하기 때  부터 이어온  어느 낯 익은 역驛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