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2 21:03
빙하기 부터의 어느 역驛이 아닐까
09-15-2019
안서영
내가 지구를 돌아 다시 여기 선 것은
한 백년쯤 걸린것 같은데
동쪽으로 가는 곳 마다 무리져 숲을 이룬 나무들
전나무 떡갈나무 참나무 소나무
맨몸, 우아한 외로움으로 서 있는 사이베리아의 자작나무 숲
슬로바키아의 원시림
독일 참나무 숲, 가문비 나무, 물푸래, 너도 밤나무
일본의 편백
천년을 견디어 낸 레드우드 군락 세쿼이야 숲, 삼 나무
재해에 타고 뽑혀 딩구는 앙상한 나무 숲 지날 때면
백 년 전 일처럼 일어서는 기억
은빛 고기들 튀어 오르던 앞 강
함께 다리 걷어 부치고 투망을 던지던 김가 이가 박, 부,마가의
건장한 동네의 젊은이들
어떤 이유에서 인지 온 마을이 불에 타고
달 밝은 밤을 타 잿더미를 뒤지던 젊은 아버지
그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고…..
운명,
붉은 겨울꽃 목이 껵여도 거슬릴 수 없어
쌔끼들 치고 번식 해 군락群落을 이루고 이루었던
춥고 고독한 내 아버지의 긴 침묵처럼
묵중함과 외로움 지켜 나가는 나무들의 숲
생명은 이어진다 뿌리는 더 질기다
대륙이 다르고 종류가,기온이 달라도
손을 뻗어 연결 하는 둥근 지구
숲은, 나무는
빙하기 때 부터 이어온 어느 낯 익은 역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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