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2 20:48
낯 설은 양복
안서영
삼월에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딸 아이가 선포를 했다
원하는걸 해 주지않으면
경기를 일으키듯 새파래지는 아이가
이리 오래 기다린 것이 기특하다
새 양복 맞춰 주겠다던 제안에
그럴 필요 없다 당당히 거절한 남편
십 몇 년 전 아들 아이 결혼 때
한번 입고 걸어 두었던 든든한 빽 믿고
저고리는 그럭저럭
배가 늘어 난 바지는 아니 올시다
작업복에 길 들여진 몸이
어느걸 입어도 빌려 온 것 같다
50 여년의 이곳 생활이 반반으로 이곳과 저곳이 타협 했는가
그냥 편함이 좋다
말도 지식도 교양도 세월 속에 두리뭉실
옛날 내 몸에 착 들어맞던 양복
내 것이 아닌 빌려서 걸친듯 불편함
입고 신고 견디어야 할 하루가 아득하다
옷장 구석
돌아 간다는 기대 안고 세월을 견뎌 낸
이민 짐에 묻어 온 바랜 앙복 한 벌
이 악물고 잔 뿌리까지 내린 허연 머리 보듯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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