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02 20:29
겨울 강 11
안서영
스켓취 가는
동생을 따라 나갔다
멀리 겹겹의 산능선
눈 덮인 마을
시린 허공의 적막
나룻배 한척
청둥오리 한 마리 서 있다
아버지의 부재는 한 겨울 보다 추웠다
세살 밑의 동생 손을 잡고
미끌어지며 오던 겨울 논 둑길
농가農家의 셋방
밤 늦게 돌아 오는 어머니
쌀 바가지를 안을 수도 없는 어린 손이
저녁을 짓고 등잔불을 켜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야 했던
모질게도 뭉쳐있던 가난의 시절
땅 끝 저편까지 거슬러 올라가
새끼를 키워 보냇던 강
마주하기 두려웠던 수 십년이
땅땅 얼은 얼음 아래
깊은 울음으로
나를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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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시인님의 아름다운 시를 읽고
잠시 심연의 강물이 되어 봅니다.
고맙습니다.
노을 이만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