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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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어줄까

2013.05.16 00:33

채영선 조회 수:309 추천:161

창문을 열어줄까




창문을 조금 열어줄까

아무리 좁아도 들어올 수 있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얼마나 부러운지, 끌고 다닐 몸이 없다는 것

자유로운 것처럼 큰 선물이 어디 있겠어

뒤에서 살짝 건드릴 수 있고

놀라는 걸 돌아서 훔쳐볼 수 있고

숨고 싶으면 아스팔트 길 맨홀에 숨으면

아니 숨을 필요가 없네

나풀거리는 모자가 날아갔지

열 발짝은 따라갔을 거야

모자가 마음에 들었을까

강물에 떨어지기 전에 겨우 붙잡았어

마음을 몰라주니 그랬지

밤에 찾아가 툭툭 두드렸잖아

대답이 없으니 지붕을 몇 조각 날려버릴 수밖에

뒷마당의 나무도 넘어뜨리고

전에 살던 동네로 멀리 이사를 했어

옥수수 콩밭 언덕이 아름다운 동네였지

그곳에도 따라갈 거야

바다를 건너가면 작은 산들이 도와줄 거야

볼을 만지거나 머플러를 날리는 건 좋아

떠밀거나 넘어지게 흔드는 건 싫거든

만날 수 없으니 말할 수 없을 걸

말할 수 없다면 만나고 싶지도 않은 걸



시집'사랑한다면'
미주문학 2012년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