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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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름다운 오월에

2013.05.10 21:59

채영선 조회 수:688 추천:141

이 아름다운 오월에



흔히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말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온 게 사실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서울 밖을 나가본 일이 별로 없는 내게, 정원을 가꾸는 일이라면 여서 일곱 살 때 답십리 집에서 엄마가 가꾸던 홍초의 기억과 어린 마음에도 어린아기 살처럼 보드랍던 양귀비 고운 꽃의 기억 외에는 달리 정원 가꾸던 일이 없었으니, 오월은 환상 속의 나라였다.
중학교부터 입학시험을 보아야 했던 세대, 언제 창밖을 내다볼 짬이나 있었을까. 그래도 오월은 늘 늠름하고 향기롭게 다가왔었다.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축복으로 주신 첫아이의 생일은 팔월이었고 아기와 난 땀띠 범벅이 되어 참 힘이 들었었다.
생일을 선택할 수 있다면.....
우리 아기의 생일을 정할 수있는 기회가 왔다. 둘째 아기 산달 사월 중순이 다가왔는데 아기는 나올 생각이 없었던 듯. 이제 아기는 클 민큼 다 컸으니 의사는 날을 정하라고 했다.
오월 오일로 날을 잡았다, 얼마나 아름다운 날인가.
그렇게 날을 잡아 아름다운 날에 태어난 딸에게 두고두고 미안한 일이 생겼다.
생일 파티를 해주려 해도 다 공원으로 놀러가고 집에 있는 친구가 없어 늘 가족만 함께하는 생일을 지내곤 했던 것.
오월이 올 때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일이 되었다.

지난 오월 오일도 특별한 날이 되었다.
미주 문학 서재 안에 나의 서재를 만들어 주신 날이다. 그 날 발견했으니 내 서재의 생일은 오월 오일 가장 아름다운 날이 될 것이다. 게다가 이번 오월엔 예순 번째 생일이 돌아온다, 이처럼 귀한 선물을 준비하시다니....
위에 계신 분에게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찌, 매일 드리는 찬양 시간을 조금
늘려야 할까, 성경을 몇장 더 읽어야 하려나, 생각하다가 할 수 있는대로 축복의 말을, 칭찬의 말을 아끼지 말고 주위 사람에게 해야지 생각해 본다.

참, 칭찬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여성 원로 시인에게서 '미스'같다는 말을 들었다. 감정 처리를 잘 못한다는 뜻일까.
철딱서니 없고 잘 울고, 어린애 같다고 남편은 늘 말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건 주위 사람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제 무사히 삼십년 목회의 닻을 내리고 쉬는 항구에 주님은 찾아오시고 나를 깨우셨다.
외진 곳에서 영어도 한국어도 잃어가는 나를 정신이 들게 하신 것이다.
사랑하는 국어, 내가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기던 우리말을 가다듬는 일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열심히 하게 하신 주님.
아마 더 열심히 하라고, 즐겁게 행복하게 하라고 이렇게 품위 있고 그윽한 동네에 예쁜 집을 주셨나 보다.

겉사람은 날로 늙어가지만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것 아닐까.
사도 바울 말씀대로.
아무리 연세 있는 노인이라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걸, 우리 스스로가 알고 있다.
늦게 시작한 '시작'의 길을 손가락세며 배우며 걷고 싶다.
젊은이만의 독점물이 아닌 '사랑'을 마음껏 노래하고 싶다.
사랑은 언제나 진행형, 끝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자연과 사람, 사물과 사람의 관심과 연민은 그날이 오기까지 언제나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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