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선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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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화석정에서

2016.08.11 13:01

채영선 조회 수:161

화석정에서

 

 

한 구비 돌아가는 임진강

헬리콥터 소리에 단청 주눅 들고

영산홍 앞에 앉아 있는 낯이 익은 꽃

 

아이오와 골목 초입새 빅키 아줌마네 마당 유난히 긴 목으로 꽃을 피우던,

입성도 없어 봄 내내 파르르 떨던 그 곷은, 긴 목으로 여름을 견디다가

텃새도 모르게 스러지던 그 꽃은, 아랫동부터 바위가 되어가던 그녀 남편을

위해 장애인 전용차는 골목을 거꾸로 돌아나갔지. 유태인 잡으러 다니던

자동차 소리 울리면서, 띠-따  띠-따 . 서랍 속의 꽃무늬 레이스 보여주던

그녀가 웃고 있네

 

바위가 보이지 않는 화석정

바위는 꽃이 되었을까

임 그리던 충신이 꽃이 되었을까

어느 쪽으로 흐르는지 모르게 흘러가는 임진강

건너 어딘가 할미꽃이 되어 있을 외가댁

뒷마당 넝쿨 장미는 아직 노랗게 웃고 있는지

돌배나무는 기다리다 고목이 되었는지

목을 빼고 바라보는 손녀딸 마음 짐작이나 하실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