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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순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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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저녁

2009.06.27 06:47

박정순 조회 수:278 추천:31

생각하지 않았는데 저녁을 먹자고 했다. 바퀴를 헛돌리게 했던 미안함을 만회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사무실 가득 쌓아놓고 읽지 못한 책과 서류를 정리하기 위해 아침부터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고서. 묘하게 심술을 부리는 그들이 망가뜨려 놓은 에어컨디션에서는 숭숭숭 더운 바람이 나왔다. 칼날을 들이댄 언어들이 아픈 상처를 덧내고 있었다. 기억을 잊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 그래서 좋은 것인지도 모른다. 생각하지 않는 암초와 부딪히는 일, 그게 세상사이며 살아 있음으로 인해 풀어가야 하는 수수께끼들이지만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들의 야비함에 치를 떨다가 방콕하는 내 특유의 즐거움을 소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위로 시골 아낙처럼 묶은 머리를 풀수도 없고 그렇게 나섰다. 특별히 먹고 싶음보다는 바람이나 한번 쐬었으면 좋겠다는 나와는 달리, 근처에서 간단한 것을 먹자고 했다. 가끔 멀리서 온 지인들이나 선생님들에게 특별한 식사를 사줘야 할 때 이용하는곳, 한정식으로 갔다. 그리 비싸지 않고 깔끔하고 조용한 곳이라서 마음에 드는데 자꾸 부담스럽다고 했다. 편안하지 못한 내 성격탓으로 나도 부담스러워졌다. 누군가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나를 내어주고 상대의 마음을 받아 들이는 것이다. 나는 친구가 되어 주기 위해 내 마음을 얼마나 내어 주었는지 생각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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