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단상
2006.04.12 12:20
사과의 단상
- 장미숙(초원)
줄어드는 식구에 먹새도 줄었다
나무상자 구석에 쭈그러진
사과 하나를 깎아 보았다
온 몸에 주름이 깊어가도록
얼거나 상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냄이 기특하다
시드른 사과는 싱그러움은 사라졌어도
단맛과 과향이 더욱 깊다
사과를 먹는 동안
풋풋한 소녀의 얼굴
영근 눈빛을 떠올린다
꿈을 불어 띄우던
빨간 풍선이 날아간다
주름진 얼굴 그윽한 눈빛에
배어든 우주의 향기가
수분 거둔 사과에서도 물씬 풍긴다
자신을 적절하게 소진하면서
썩지 않은 사과의 살
잘 늙어 가는 사람의 속을 닮았다.
(2006년 4월호 문예사조 연재시)
- 장미숙(초원)
줄어드는 식구에 먹새도 줄었다
나무상자 구석에 쭈그러진
사과 하나를 깎아 보았다
온 몸에 주름이 깊어가도록
얼거나 상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냄이 기특하다
시드른 사과는 싱그러움은 사라졌어도
단맛과 과향이 더욱 깊다
사과를 먹는 동안
풋풋한 소녀의 얼굴
영근 눈빛을 떠올린다
꿈을 불어 띄우던
빨간 풍선이 날아간다
주름진 얼굴 그윽한 눈빛에
배어든 우주의 향기가
수분 거둔 사과에서도 물씬 풍긴다
자신을 적절하게 소진하면서
썩지 않은 사과의 살
잘 늙어 가는 사람의 속을 닮았다.
(2006년 4월호 문예사조 연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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