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8 08:26
스마트란 달팽이가 있었어요.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마음씨도 착하지만 남이 힘들어하는 꼴을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해서 ‘오지랖’ 이란 별명이 붙었어요.
“짐도 많네. 나 좀 봐 얼마나 간편한가! “
그는 자기 집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 부러울 것이 없었어요. 뿐만 아니라 집을 등에 지고 다니는 자기는 특별히 영리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어요. 어울리는 친구들은 좀 어리석고 시시하게까지 느껴졌어요.
“바닷가에 나같이 생긴 소라게가 있다던데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어.”
그는 드디어 길을 떠났어요. 어디가 산인지 어디가 들인지. 동쪽이다 남쪽이다 말도 많았지만 더듬이를 높이 세워 갯벌 냄새를 찾아 냈어요.
해가 꼴깍 넘어갔을 때 그는 어떤 집 잔디밭에 엎어져 일어나지 못 했어요. 마침 이때 스마터 부인이 오늘도 혼자 밖을 내다보다가 기절한 달팽이를 보았어요.
“죽은 건 아니지? 눈 떠 봐. 가엾은 것!”
눈을 뜨니 샹들리에가 금빛으로 빛나는 응접실 탁자 위였어요.
그는 자기 상대가 되는 영리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말 했어요.
“호호호 재밌는 생각이다 얘. 그런데 너같이 영리한 애가 왜 하필 주소도 없는 먼데서 친구를 찾니? 나랑 친구하고 여기서 살자.”
스마터 부인은 예뻐지는 일이라면 개똥도 얼굴에 척척 붙이는 사람이라
‘클레오파트라’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이 때도 [매끈 영양 달팽이] 란 팩을 얼굴에 붙이고 있었는데 스마트가 무서워할까 봐 얼른 떼어내고 ‘호호 진짜 달팽이 진액을 날마다. 호호호’ 중얼거리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내 소원을 들어 주면 너를 왕자처럼 살게 해줄게. 간단 해. 아침 저녁으로 내 얼굴을 기어 다니기만 하면 돼. 쉽지? 부탁 이야. 난 외로워.”
“내 소원은 어떻게 하구요?”
외롭다는 말에 오지랖은 벌써 스마터 부인의 소원을 들어 주기로 결정 했지만 퉁명스럽게 따졌어요.
“걱정 마. 내 얼굴이 매끈 매끈 도자기 피부가 되면 너를 데리고 소라 게를 만나러 갈 거야. 약속할 게.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이리하여 지금도 오지랖은 아침 저녁으로 크레오파트라의 얼굴을 오르락 내리락…………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 소라 게도 까맣게 잊었어요. 아직도 도자기 피부가 안 되었다나 어쨌다나.
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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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팽이 오지랖 | kimtaeyoung | 2019.02.18 | 216 |
1 | 선물하나 놓고 갑니다 | 오연희 | 2018.01.31 | 3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