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일지/ 김종해
2008.04.01 01:42
항해 일지 1 - 무인도를 위하여
- 김종해 -
을지로에서 노를 젓다가 잠시 멈추다.
사라져 가는 것, 떨어져 가는 것, 시들어 가는 것들의 흘러내림
그것들의 부음(訃音) 위에 떠서 노질을 하다.
아아, 부질없구나.
그물을 던지고 낚시질하여 날 것을 익혀 먹는 일
오늘은 갑판 위에 나와 크게 느끼다.
오늘 하루 집어등(集魚燈)을 끄고 남몰래 눈물짓다.
손이 부르트도록 날마다 을지로에서 노를 젓고 저음이여
수부(水夫)의 청춘을 다 바쳐 찾고자 하는 것
삭풍 아래 떨면서 잠시 청계천 쪽에 정박하다.
헛되고 헛되도다. 무인도여
한 잔의 술잔 속에서도 얼비치는 저 무인도를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다.
그러나 눈보라 날리는 엄동 속에서도 나의 배는 가야 한다.
눈을 감고서도 선명히 떠오르는 저 별빛을 향하여
나는 노질을 계속해야 한다.
- <문학세계사>(1984) -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의지적, 희망적
◆ 표현 : 연작시의 하나, 의지적이고 희망적인 목소리
인생을 '항해'에, 삶의 목표를 '무인도'에 비유함.
1~13행(기본형의 어법 구사, 화자가 노출되지 않음) → 가치중립적이고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상황
14~16행(당위적인 표현, 화자의 등장) → 주관적 판단과 태도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사라져 가는 것 ~ 노질을 하다. → 바다(인생의 터전)에 대한 시인의 부정적(비극적) 인식
* 그물을 던지고 낚시질하여 날 것을 익혀 먹는 일 → 살아가는 방식과 행위로 삶의 허망함을 느끼게 함.
* 집어등 → 고기를 잡기 위해 고기를 유인하기 위해 켜놓은 등불
* 오늘 하루 집어등(集魚燈)을 끄고 남몰래 눈물짓다. → 삶에 대한 비극적 성찰
* 수부 → 뱃사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
* 삭풍 아래 떨면서→ 암울한 현실의 조건
* 얼비치는 → 반사되어 비치는
* 무인도 → 절망적 현실에서 소망하는 진정한 삶의 공간
* 별빛 →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
◆ 제재 : 항해일지
◆ 주제 : 현실 극복 의지와 삶에 대한 희망
[시상의 흐름(짜임)]
◆ 1 ~ 3행 : 삶에 대한 인식 (인식)
◆ 4 ~ 6행 : 삶의 허무함 (허무)
◆ 7 ~ 10행 : 삶의 비애 (비애)
◆ 11~13행 : 무인도에 대한 소망 (소망)
◆ 14~16행 : 현실 극복 의지 (의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항해일지'라는 연작시 중 첫 번째 시로, 절망적인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겠다는 건강함과 따스함, 희망이 상징적인 표현 기법을 통해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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