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풍경
2012.02.24 08:29

천국이란 데가 내가 상상하는 그런 곳이라면,
그 곳에는 걱정거리 하나 없고,
미워할 사람도 없고, 완벽하게 아름답고,
나쁜 일이나 슬픈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소나기 한 번 내리지 않고
거센 바람 한 줄기 불지 않는
완벽하게 아름다운 평원을 보며,
희로애락의 감정표현 없이 언제나 미소만 짓는 사람들.

원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아니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아예
그 무엇도 ‘원할’ 필요가 없는 곳.
그러나 그곳에서
지상의 시간 개념으로
한 사흘쯤 살면 숨이 막힐 것 같다.

질시의 아픔을 알기에 용서가 더욱 귀중하고,
죽음이 있어서 생명이 너무나 소중하고,
실연의 고통이 있기 때문에 사랑이 더욱 귀중하고,
눈물이 있기 때문에 웃는 얼굴이 더욱 눈부시지 않은가.

그 누구도 천국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죽으면
지옥이 아닌 천국이라는 데로 가고 싶다.
그러나 천국에 가기 전에
지금 내가 바로 여기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축복받은 시간이고,
천국은 다름 아닌 바로 여기라고…
- 장영희 에세이 ‘내 생에 단 한번’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