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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아호는 서정(西亭), 두인은 락정(樂亭).
1946년 서울에서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70여년 인생을 불꽃처럼 살아왔다. 전쟁을 겪었고 가운이 기울면서 일찍부터 상도를 텄으며, 당산 초등학교, 용산 중학교, 영등포 공고를 거쳐 1973년 국제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1년 미국에 온 후 로스앤젤레스에서 33년 동안 리커 스토어와 마켓 비즈니스를 운영하다가 2018년 은퇴했다. 거칠고 녹록하지 않았던 이민자의 삶을 지탱시켜준 것은 깊이 몰두해온 다양한 취미생활이었다. 동식물 키우기, 태권도, 서예, 전각, 화석, 글쓰기, 악기 연주 등에 심취하면서 인생의 넓이와 높이와 깊이가 무한히 확장되는 부유한 삶을 살고 있다.
2011년 시집 ‘어머님의 송편’을 출간했고, 서예와 전각으로 개인전과 2인전, 그룹전에 다수 참가했으며 2015년부터 사랑의 빛 선교교회의 노인대학에서 서예 및 원예, 오카리나 강사로 가르치고 있다. 


책 속으로

돌 하나를 갖는다는 것은 억겁의 시간과 공간을 통과한 자연을 통째로 들여오는 것이다.
자연의 숨소리와 바람 소리, 빛과 어둠, 침묵과 굉음… 눈과 비와 우박도 만나고, 꽃과 나무와 온갖 벌레며 동물의 발자국도 스쳐지나갔으리라. 어느 돌을 보아도 가슴이 뛰는 이유는 그렇게 수많은 자연과의 만남과 스침, 영원한 기다림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돌에는 이야기가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가 지나온 세월 속에 만났던 물과 불, 햇빛과 달빛, 천둥 번개의 이야기를…
돌이 아름다운 것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같은 것이 단 하나도 없는 유일한 자연 예술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어떤 예술작품이 가공되지 않은 원석의 아름다움을 따라갈 것인가.
돌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갖게 되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오기 전까지 두 군데 회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처음 다닌 곳은 무역회사로, 쌀과 펄프를 수입하는 오퍼상이었다. 사장은 늘 외국으로 돌아다니고 내가 영업을 뛰었는데 할 일이 거의 없고 심심해서 1년 반 정도 다니다가 그만두고 나왔다. 아무리 월급쟁이지만 배우는 게 너무 없고 도전이 안 되니 일하는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들어간 곳이 다이아몬드공구 제조회사였다. 다이아몬드는 콘크리트부터 돌, 강철, 플라스틱, 타일, 유리, 나무 등 무엇이든 자르고 갈고 깎는데 사용된다. 안경과 시계 만드는 곳은 물론이고 목재공장, 석재공장에서도 나무와 돌을 자를 때, 석탄이나 금광의 시추 장비를 비롯해 자동차 내연기관을 갈아낼 때도 모두 다이아몬드 톱이 사용되는 것이다.
그 회사에 영업사원으로 들어갔을 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다이아몬드에 대한 공부였다. 세일해서 물건을 팔려면 우선 내가 제품을 잘 알아야 하고, 잘 모르는 고객은 가르쳐서라도 팔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서평
다재다능의 기인 같은 사람

저자 이진수는 참으로 부지런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참으로 사랑이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동물사랑, 식물사랑, 자연사랑, 특히 사람사랑은 끝 간 데가 없다.
그가 즐기는 세상. 그곳에는 따스함이 있다. 사람의 길, 관계의 길을 진솔하게 얘기하는데 재미가 있다. 일흔두 해 삶을 고스란히 담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잔잔하게 풀어낸다. 어린 시절의 성장 과정, 미국 이민 정착 전후의 이력서, 다양한 취미생활이 그려지는 동안 군데군데 감성 어린 시를 넣어 지루하지 않게 독자와의 교감을 넓힌다. 산문의 운치를 높여준다.

효과를 극대화한 서정 샘의 일대기(legacy)를 그의 독특한 경험을 통해 다 만나볼 수 있다. 6·25 피난길의 아프고 무서운 시체도 있고, 4·29 폭동의 아픔도 있다. 사업 성공담은 이민초보자에게 길잡이가 되는 지침서이기도 하다. 텃밭과 서예, 전각과 문학, 진돗개와 닭농사, 연못의 잉어 등등 장인의 경지에 이른 수많은 취미생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경이로울 뿐이다.

전편에 흐르는 인간미와 부지런함, 따스함과 효심, 가족애가 그를 지탱시켜준 흔적들이 총망라돼있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고 그 신념이 이민으로 이어져 자녀들을 잘 양육하고 교육시켰다. 자연과 친하며 다방면으로 예술적 감각도 뛰어난 아티스트다.
주어진 똑같은 24시간의 분량을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아온 다재다능의 기인 같은 생활인이다. ‘남에게 좋은 일 하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는 뜻의 ‘선락’을 가훈으로 삼고 살아온 효자이기도 하다.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치고 참으로 겸손한 성품이다. 우리 조날꾸(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팀의 유지와 발전은 서정 샘의 친화력과 후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압도적이다.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도 있었지만 천성이 바르고 따뜻한 재주꾼이라 다 이겨내고 지금은 행복한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다. 연로하시고 장수하신 어머니와 부덕한 아내의 덕이라고 내세우는 넉넉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과 그의 흔적이 빼곡한 책을 만나는 기쁨은 대단하다. 이민가정마다 한 권쯤 서가에 배치해도 좋을 도서로 강추하는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다. 내 삶에 깃들인 이 인간관계를 나는 매우 소중히 여긴다.

남에게 좋은 일 하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

하루가 빨리 가기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만 같아서 빨리 해가 지고 아침이 오기를,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들로 산으로 뛰어나가 자연과 더불어 실컷 놀기만을 바랐던 나날이었다.
그게 열세 살 때까지였다. 중학교 다니면서 돼지 키우고 돈벌이를 시작한 후부터는 할일이 너무 많아서 하루 일과의 계획을 만들어놓고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다. 하도 바삐 돌아다니는 나를 보고 동네 어른들이 “저놈 참 부지런하다”고 칭찬하면서도 안쓰러워하시던 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생생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분초를 쪼개 쓰며 살아왔다. 끊임없이 일을 했고 쉼 없이 달려왔다. 남들 안 하는 일, 안가는 길을 찾아다니며 삶을 개척해왔다. 나 혼자 잘 살기 위한 게 아니었다. 나의 부모 형제 자녀 이웃이 모두 내 책임이고 사명이라는 생각이 매일을 이끌었다. 우리 가족을 ‘살만한 물가’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나의 갈 길은 이 길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어느새 일흔이 넘었을까. 살아온 세월이 길었던 것도 같고, 순식간이었던 듯도 싶다. 후회 없는 삶이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고 없는 길을 만들며 전진해온 인생이었으니, 온 가족을 무탈하고 평온하게 이끌었다는 안도와 자족감이 이제야 나를 자유롭게 놓아준다.
이제는 너무 빨리 지나가는 세월이 아쉽기만 하다. 하루하루가 아깝고, 소중하고, 붙잡아두고 싶은 순간의 연속이다. 하고 싶은게 너무 많아서다. 수많은 취미생활을 건사하기에는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이 너무 짧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도 젊음도 아닌 시간이다. 순식간에 달아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아두고 더 알차게 쓰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 그 노력은 인내이고 인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선락’(善樂). 남에게 좋은 일 하는 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없다는 가훈을 오늘도 생각한다. 평생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는 삶의 좌우명이다. 지금까지도 늘 퍼주고 도와주고 어려운 이웃을 지나친 적이 없지만 남은 삶은 더 많이 봉사하는 삶이 될 것이라고 다짐해본다. 봉사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봉사하지 않는 사람을 주변에서 너무 많이 보아왔다. 봉사는 무슨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의 재능과 시간, 마음과 정성을 쏟는 것이다. 그런 나날이 길어지기를, 그리하여 내가 남긴 빛의 여명이 이 세상을 조금 더 밝게 비추기를 바란다.

2011년 상재한 첫 시집 ‘어머님의 송편’에 실었던 시들을 글마다 끼워 넣었다. 그 시들이야말로 내 인생을 함축한 이야기였으니 어쩌면 몇 행의 그 짧은 시들이 기나긴 산문보다 삶의 편린을 더 잘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 부모 형제 아내 자녀들에게 큰 빚을 졌다. 내게 생명주시고 살아야 할 이유를 깨우쳐주신 아버지와 어머니, 서로 돕고 살아온 사랑하는 형제들, 내가 돈 벌기만 하는 동안 모든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온 아내, 그리고 바쁘게 일하느라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나의 딸과 아들…
김영교 시인은 내게 글 쓰는 물꼬를 터주신분이다. 생각은 있었지만 길을 몰라 헤매고 있던 나를 친절하게 인도해주시고 문단으로 이끌어주신 덕에 오늘 글 쓰는 흉내를 낼 수 있게 됐다.
생각해보면 모두가 나의 선생님이고 감사의 대상이다. 내 삶의 족적을 함께 밟아온 모든 분에게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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