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 수 없는 기도
딸이 원한다면
무엇이나 들어주었다
정성을 다 바쳐
머리와 마음을 조아리고
삶의 터전 집도 주고
바다 속 진주알도 캐주었다
주일미사 성체(聖體)가 올라갈 때마다
아프지 않게 해 달라 기도드렸고
침대에 누워있기만 해도 좋으니
살려만 주십사고 빌었다
그러나
노인도 아닌 젊음을
고통 없이 죽게 해달라는 기도는
차마 할 수 없는 기도였다
영원한 죄로
죽을 때까지 십자가로 남아
쓸어진다 해도
마음을 찢어대는 간절한 그 부탁만은
들어줄 수 없는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