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233
어제:
97
전체:
1,319,963

이달의 작가
수필
2008.09.06 05:14

가을에 쓰는 겨울편지

조회 수 1726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에 쓰는 겨울이야기/오연희


가을인가 봅니다.

여름이 깊어 가나 했는데 불청객처럼 불쑥 와버린 가을.

생각해보면 준비된 계절은 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인연들을 새삼스럽게 다시 떠올려 보는 것도 가을입니다.

보고싶은 얼굴이 많아지고 시차가 다른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안부가 더욱 궁금해지는 계절입니다.


한국 미국 영국 몇 번 옮겨 살다 보니 떠오르는 그 얼굴과 처음

만났던 곳이 어디였더라…전생의 흔적을 찾기라도 하듯이 아득해 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정말 가을에는 그리움, 인생, 감사… 이런 단어들의 느낌이

더 짙게 다가오나 봅니다.


며칠 전 샤핑 갔다가 여름내 시원하게 벗어 제켰던 쇼윈도의

마네킹이 슬그머니 옷을 입기 시작한 것을 보았습니다.

이해의 마지막이 머잖아 오겠구나…가슴 한 켠이 서늘해졌습니다.


조금 있으면 성탄카드 한 묶음 사서 나 살아있다고 그대들도

안녕하신지 묻게 되겠지요. 아…아니네요. 그리움이 앞서 카드부터

덜렁 사놓고 그냥 서랍에 묵혀버리고 말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몇 해 동안 사놓고 안 보낸 카드들이 서랍에 가득 하거든요.

한번의 클릭으로 내 그리움을 가볍게 해결하는 편리한 세상에 물이

단단히 들어가고 있습니다. 


음악과 영상이 함께하는 E-카드도 좋지만, 보고픈 마음 가득 담아

정성껏 써 내려간 편지나 카드를 우체통에 쏙 집어 넣을 때의 기쁨에

비할 수는 없겠지요.어쨌든 내가 보낸 카드를 받고 바쁘거나 아프거나

그냥…응답하고 싶지 않거나..할 수도 있겠지만…

답장을 보내오는 분들은 여전히 건재 하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내 마음 곁에 있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무사히 새해를 맞게 되는 것에 대한 감사가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보다

더 큰 것은 그렇지 못한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거에요.

십대였을 때 저는 서른이 넘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

난 그전에 죽어야지… 아주 깜찍한 생각을 했답니다.

인생이 뭔지 진짜 몰랐던 것이겠지요.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나이에 맞게 '살아가는 기쁨'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네요.


가을의 문턱에서 겨울이야기 하니까 어깨가 조금 움츠려지지만…

반갑게 맞이하는 겨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먼 훗날 저의 그리움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님들…부디 풍성한 가을

만들어 가시길…

그리고…건강하고 따스한 겨울 맞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오연희 드림. 2008년 9월 6일


06111110_1.jpg





 

?
  • 오연희 2015.08.12 07:21
    금벼리 (2008-09-06 14:17:50)

    왠지 가을을 훌쩍 뛰어넘어 겨울이 오는 것같습니다
    벌써 년말을 준비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착찹하기까지 하네요
    카드도 준비해야 하는데...
    일찍부터 사러 다녀야겠습니다



    오연희 (2008-09-08 18:15:00)

    금별님..흔적 반갑습니다.
    제가...쓸쓸한 가을만을 강조한 듯하네요. 금별님을 착잡하게 해 드렸으니...어쩌나...'겨울에 쓰는 봄편지'같은 희망의 봄날도 쓸거에요.^*^ 계절과 관계없이...누군가를...마음을 품고있으면 봄이겠지요. 담에 만나면 우리 빅포옹하기에요.:)



    백남규 (2008-09-15 16:44:38)

    그림 속으로 같이 걸었으면 좋겠네요. 노란 낙엽이 흩날리고./ 세월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오연희 (2008-09-16 14:05:09)

    가을타는 문우들은 모두 모여라~~날한번 받아야겠네요.^*^ 잘 지내시죠?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9 수필 바이올린 오연희 2009.04.10 1980
208 파 꽃 1 오연희 2009.03.16 1502
207 어떤 동행 1 오연희 2009.02.19 1245
206 읽는 즐거움에 대하여 1 오연희 2009.02.11 1197
205 가고싶은 길로 가십시오 1 오연희 2009.01.27 1351
204 수필 봄을 기다리며 1 오연희 2009.01.20 1333
203 수필 마음 비우고 여여하게 살아 1 오연희 2008.12.13 1530
202 수필 그냥 주는데도 눈치 보면서 1 오연희 2008.12.01 1313
201 수필 영어와 컴퓨터 그 미궁 속에서 1 오연희 2008.10.28 1781
200 억새꽃 1 오연희 2008.09.17 1621
» 수필 가을에 쓰는 겨울편지 1 오연희 2008.09.06 1726
198 오연희 2008.09.03 1494
197 나 가끔 1 file 오연희 2008.08.29 1403
196 수필 눈치보기 1 오연희 2008.08.22 1357
195 수필 아줌마 1파운드 줄이기 2 오연희 2008.08.22 1619
194 수필 야박한 일본식당 오연희 2008.08.22 1590
193 수필 코리아타운 웨스턴길에서 오연희 2008.08.22 1505
192 지진, 그 날 1 오연희 2008.08.01 1353
191 바닷가에서 1 오연희 2008.05.30 1468
190 자카란타 오연희 2008.05.30 1647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