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자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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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갓끈을 자르고/수필

2024.05.03 16:13

yujaster 조회 수:25

갓끈을 자르고 / 민유자

 

 

  절영지회(絶纓之會)라는 사자성어를 만났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초나라 장왕의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갓끈을 자르고 연회를 즐긴다는 뜻이다. 

 

  변방의 반란을 평정하고 돌아온 장왕은 부하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연회를 베푼다. 흥을 돋구려고 후궁들을 불러 돌아가며 잔을 따르게 한다. 즐거움이 고조되던 중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일시에 촛불이 모두 꺼져버린다. 때에 깜깜한 속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폐하! 어둠 속에서 소첩에게 수작을 걸고 농락한 자가 있습니다! 제가 그자의 갓끈을 끊었으니 어서 불을 밝히고 불충한 자를 잡아 엄벌 하소서!” 순간 피바람을 예상하는 긴장감 속에서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버린다. 숨소리조차 죽이는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잠시 장왕은 소리로 명한다. “불을 밝히지 말아라! 경들은 들으시오. 자리에 참석한 모두는 지금 갓끈을 잘라내시오. 오늘의 자리는 내가 아끼는 경들의 노고를 치하하려고 마련한 즐거운 자리요. 자유로운 자리에 후궁을 불러들인 잘못도 있오. 만일 갓끈을 끊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오늘의 즐거움에 참여할 없을 것이요.”

모두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날의 잔치는 흥겹게 이어졌다.  

 

  수년 뒤에 장왕은 나라의 존폐가 달린 진나라와의 전쟁 중에서 수세에 몰리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일촉즉발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장수가 장왕의 앞을 가로막고 바람처럼 달려나간다. 몸이 피투성이가 되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용맹하게 싸운 장수가 있었으니 이름은 장웅이다. 그로 인해 장왕은 목숨을 보존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장왕은 장웅을 맞는 자리에서 용상에서 내려와 손을 맞잡고 어찌 그렇게 있었는지 연유를 묻는다, “폐하! 연전에, 술에 취해 폐하께 죽을 죄를 지은 일이 있습니다. 때에 폐하께서는 분을 누르시고 은혜로 신을 살려주셨습니다. 그러니 새로이 얻은 목숨을 폐하를 위해 바치는 것은 마땅할 일입니다!”

장왕은 넓은 아량으로 관용을 베풀어서 아끼는 신하를 살렸을 아니라, 나라를 구하고 자신의 목숨도 건진 셈이다. 

그릇의 인물이다! 매력적인 인격이다!  사랑하고싶은 성품이다!

 

  이런 관용의 마음은 어떻게 형성될 있을까?

남녀를 불문하고 자존감이 높고 자긍심이 두터운 사람은 심지가 태산같이 굳어 웬만한 일에는 상처 받지 않고 쉽사리 노하지 않는것 같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의로 확대해석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장왕의 경우처럼 상대의 잘못을 용서할 있는 마음의 너그러움이 있다.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거나 핑계를 만들어 붙이지 않고 솔직히 시인할 있는 마음의 여유도 있다. 

권력을 갖고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이런 그릇이면 나라와 국민은 복이 많다. 비록 정적이라도 인재를 알아보고 기용하여 업적을 취한 사례도 있다. 사업체의 상사가 이런 인격이면 사원은 신나게 즐기면서 일할 맛이 게다. 배우자가 이런 성품이라면 행복의 보금자리가 튼실하고 오래도록 흔들리지 않을 게다.

 

절영지회의 고사성어가 이천여년 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덕으로 전해지는 것을 보면 좀처럼 습득하기 쉽지 않은 혜안의 심성인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각계 각처에서 크고 작은 이념의 갈등, 종교 분쟁, 민족의 상잔, 인종 차별로 불꽃 튀는 투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바람 없는 지구촌의 뜨거운 회오리는 언제나 잠잠해 있을까?

 

  자존감을 키우고 자긍심을 두텁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있는지 AI에게 물어봤다. 그가 제시한 몇가지 방법을 둘러본다.

  1. 자기의 장단점을 올바로 인식하고 이해한다.
  2. 자기의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돌본다.
  3. 부정적 자기 인식을 긍정적 대화로 바꾸어 반복 격려한다.
  4.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함으로 자긍심을 키운다.
  5. 긍정적 영향력을 주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주변 환경을 만든다.
  6. 자신의 실수를 용인하고 배움의 기회로 삼는다.  
     

  AI에게서 완전한 답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참고가 만한 점은 있어 보인다. 중에 내게 적용할 적합한 방법은 무엇일까? 갓끈을 자르고 더불어 즐길 있는 넓은 그릇을  지을 있다면 아니 좋을시고!

 

 

전문근 시인의 <사자성어로 교육읽기>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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