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빛

2024.10.16 12:58

조형숙 조회 수:2

   7월의 빛을 찾아 101 Free Way를 달려 북으로 오른다. 푸른초장은 다 어디로 갔나.  끝없이 펼쳐지는 황소색깔 누런 풀들위에  검은 소 한 마리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가로 세로 줄 맞추어 자라는 나트막한 포도나무 동네는 단정하다.  기온 112도의  쉼터는 뜨거운 감자밭에 들어온 느낌인데 건조해서  땀도 나지 않았다. 건물마다 독립기념일의 성조기가  햇살에 더욱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7월의 빛은 마음의 대화로 시작한다.  북으로 오르는 길은 산중턱에 자리 차지한 안개구름으로 잿빛 하늘이다. 도로는
한산하고 붐비지 않았다. 태양은 어디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까. 하얀 낮달이 나무 사이에서 졸고 있다. 흥겨운 음악은
계속 흐르고 우리의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  안개구름 걷히고 파란 하늘이 까꿍 얼굴을 내밀었다. 
검은 새 한 마리 하늘에서 길을 잃었나 보다.  혼자가 되어 날고 있다. 
 
   7월은 청춘의 빛이다. 무엇이든 상상하는  청춘의 여름  해변이다. 야외 사우나에서 숨막히는 더위를 맛본다.  바람이 불 때 나무의 흔들림을 느껴본다. 유채꽃으로 분리해 놓은 도로를 달린다. 
바다 위를 오르는 수증기가  하늘까지 닿고 있어 뽀오얀 길을 가고 있는 듯 하다.  
피스모 비치를 지날 때 트럭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 있는 말들이 꼬랑지를 동글동글 돌리고 있었다.  살리나스를 지난다. 존스타인 백의 생가를 둘러 보았다. 지금은 식당과 카페로 바뀌어 있었다. 
그의 동상이 있는 도서관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었다
 
    7월의 빛은 에메랄드 색이다. 해는 빨강  물은 파랑 호수는  보라의 하늘을 이고 있다. 처음 지나는 거리 산호세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또 다음날 아침을 달린다. 새크라멘토의 시청을 지난다. 
특히 이 곳은  스피드를 재는 카메라가 무척 많이 달려 있었다. 모두 조심하느라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땅이 넓은 것을 체감한다. 하늘은 맑고 푸르다.  5번 길은 재미없이 지루하고 같은 모양의 길로 이어져 주위 환경도 밋밋하다. 넓고 넓은 평야는 온통 누런색 검은색의 소떼들의 세상 그런데 왜 흰소는 없을까.
 
새크라멘토는  크리스마스 카드 속을 가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무는 뾰족한 침엽수림으로 양쪽 길가에 길게 늘어 서있다. 겨울 눈이 내린 풍경을 상상해 본다. 80 East  5번을 지나 작은 길로 빠져 
레이크타호 길로 들어섰다. 3천 휘트의 언덕을 완만히 오르고 있었다. 키 큰 숲 사이로 간간히 집이 보이고 막혔던 귀가 뻥 뚫렸다.  계속 오르다가 4천, 5천 드디어 6천 휘트까지 올랐다. 
드디어 호수가 얼굴을 보여 준다. 웅장한 나무들 속에 살풋이 들어앉은 호수는 너무 아름다워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에메랄드호수는 하루와 반나절 수고와 시간을 해갈 할 만큼 황홀했다. 작은 풀들의 신비를 간직한 호수 안에 자리한 작은 섬은 그림으로 담기도 아까운 태초의 부드러움으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하늘도 물도 나무도 모든것이 어우러져 고요함을 지키고 있었다. 너무 멀어 올 수 없었던 레이크타호를 보기 위해 오랫동안 계획하고 기다리다  용기를 내어 북으로 올라왔다.  
오고 싶었던 장소였고  알고 싶었던 호수의 비밀을 붉은 얼굴로 확인했다. 
 
    7월의 수영을 샌드 비치(Sand Beach)의 모래는 아주 곱고 희었다. 유일하게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잠깐 물에 발을 담그니 맑고 투명한 바닥에 예쁜 돌이 인사한다. 호수는 바다처럼 파도가 일었다.
물을 찍어 먹으니 짜지 않았다. 분명 바다가 아닌 호수였다.  깨끗한 물과 아름다운 경관의 호수는 네바다와 캘리포니아를 가르고 있다. 해발 6225피트에 위치한 미국에서 가장 큰 호수라 했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기를 시작하니 황옥처럼 푸르고 장엄한 봉우리들이 나타났다. 둘레 72마일의 에메랄드 호수를  1마일 1마일 정성으로 돌고 돌아나와  붉은 석양을 만났다.  
산마루에 머물러 떠나지 못하는 붉은 태양이 긴 능선에 붉으레 번져 애를 태웠다.
  
    산호세에서 하룻밤을 자고 샌프란시스코를  들렸다. 애플 회사, 롬바드거리를 돌아 트윈 피크에 올라가 시내 전체를 내려다 보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강한 바람이 모자를 날려 보냈다. 
금문교는 볼 수 없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하얀 뭉게구름 같은 것이 다리 꼭대기까지 덮고 있었다. 다리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베이커 비치(Baker Beach)로 갔다. 번잡하지 않고 고요한 바닷바람이 부는 평온한 곳이었다. 안개가 걷히면서 다리 꼭대기 주황의 본체를 조금 볼 수 있었다. 완전한 다리를 볼 수 는 없었으나 다리가 있는 곳을 확인 했다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벗어났다. 
101 Free Way를 찾아 집으로 향했다. 검은 시골길을 끝도 없이 달렸다. 꽤 여러 시간 어둠을 헤치고 나서야 불빛있는 익숙한 도시에 닿을 수 있었다.
 
    7월의 빛은 초록이다. 깊은 숲 속 일수록 그 색이 진하다. 몇번이고 바르고 색칠해 진해진 듯한 건강한 검은 초록이다. 울창한 나무 이름모를 풀꽃들이 황홀한 7월의 빛을 발산하고 있다. 호수가 되고 싶었다. 꽃이 되어 보고 싶고 나무가 되어 보고 싶은 나와 함께 7월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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