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7 15:13

솜눈

조회 수 787 추천 수 6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솜눈


                                         이 월란




밤이 하얗게 사라지고 있다

해 아래 고개 든 봄의 정수리 위에도

아직 종료되지 않은 한(恨)을 하얗게 부수어 내린다

지각 없는 천지에 소복을 입히고

문신처럼 새겨진 항간의 낙서들을 지우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저리도 잊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가

청정한 햇살 아래 저리도 버리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던가

밤이 하얗게 지워지고 있는 어둠 속에

뜬 눈으로 뭇가슴 지새길 저리도 바라고 있었던가

버선발로 뛰쳐나오길 바라는 임의 소식

그리도 낚아채고 싶었던가

별 따려 하늘 바라던 두 눈이 그리도 역하던가

무명의 몸살을 언땅 위에 패대기를 치고

무참히도 밟아내고 있다

모질게도 입을 막고 있다

삼킨 비명은 정화된 토사물처럼 쌓여만 가고

빙초산같은 손으로

봄밤의 신화를 잠재우고 있다


                                          2007-02-26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 죄짐바리 이월란 2008.05.17 541
36 제1시집 마음의 거리(距離) 이월란 2008.05.08 901
35 눈길 이월란 2008.05.08 723
34 돌부리 이월란 2008.05.08 712
33 황사 이월란 2008.05.07 716
» 솜눈 이월란 2008.05.07 787
31 영혼 받아쓰기 이월란 2009.09.12 662
30 여행, 일탈을 맛보다 이월란 2008.05.07 836
29 견공 시리즈 덤벼라(견공시리즈 24) 이월란 2009.09.12 606
28 견공 시리즈 14분간의 이별(견공시리즈 23) 이월란 2009.09.12 766
27 수필 회색지대 이월란 2008.05.07 1431
26 냉정과 열정 사이 이월란 2009.09.12 701
25 수필 사랑의 복수 이월란 2008.05.07 1425
24 견공 시리즈 토비의 천국(견공시리즈 25) 이월란 2009.09.12 794
23 수필 편애하는 교사 이월란 2008.05.07 1532
22 제1시집 사명(使命) 이월란 2008.05.07 943
21 당신 이월란 2008.05.07 715
20 제1시집 바람이 머물다 간 자리 이월란 2008.05.07 1009
19 제1시집 탑돌이 이월란 2008.05.07 1154
18 왼손잡이 이월란 2008.05.07 969
Board Pagination Prev 1 ... 76 77 78 79 80 81 82 83 84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