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18 13:49

금단(禁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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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禁斷)



이월란(10/04/16)



코카의 잎을 따러 갔어요 쌉쌀한 알칼로이드 분말을 옥도정기처럼 상처마다 발랐죠 여기 저기 슬픈 부위마다 마취당한 지옥을 버리는데, 환상어린 천국을 세우는데, 냄새가 없어요 무색에 중독된 증상마다 붉은 것들이 점점이 사라지고, 몇 년간 조율하지 않은 보스톤 그랜드 피아노 위에 올라 앉아 건반의 심장처럼 나를 두드려 보았죠 착란의 주성분은 진통이었어요 고음의 스타카토 아래 중후하게 엎드린 아리아, 세상의 표절이었죠 길들여진 의존성을 하얗게, 눈처럼 아세틸화하면 뼛가루같은 고운 결정체들이 숨길을 따라 이정표를 세운다고 했어요 독성이 없었다면 아마 너무 성스러웠겠죠 알뜰히 퍼진 균들이 소독 당할 때마다 열탕 속에 갇힌 듯 곧 숨이 멎을 것만 같았어요 핀셋같은 기억이 살갗을 스칠 때마다 감긴 눈이 떠지지 않아 이를 악물었죠 다음에 올 땐 정말 길을 잃지 않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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