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의 바람

2019.05.16 06:05

최연수 조회 수:2

기형의 바람

6589a3052674fc470f94878485432226_2019051


착각에 떠밀려 불시착한 바람이
발밑에 모여 있다
작년엔 저쪽이었고
올해는 이쪽으로 옮겨온
이지러진 날개는 계절의 갈피에 꽂을 수 없다

뜨겁던 기억을 감싼
안으로 말리거나 뭉개진 바람을 살피면
다섯 혹은 여섯 잎의 기형도 있을 것이다

불변하는 것들은
또 다른 상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군락지에서 네 잎 클로버를 뒤지듯
복고풍을 믿는 사람들은 맞춤형 날개를 찾아다니고
얽힌 계보를 거슬러간 거기,
빽빽한 허공을 발아시키는
단풍 한 그루 우뚝 서 있다는 걸 안다

본래의 모양을 고집하는 곳에 재활용이 있다

전류 끊긴 여름이 모인 재활용점엔
프로펠러 닮은
오래된 바람들이 있다


- 최연수, 시, '기형의 바람'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7 고령운전자 정남숙 2019.05.19 7
666 암수를 품는 밤꽃 홍성조 2019.05.19 12
665 부부란 덕원 2019.05.18 259
664 약속 박용덕 2019.05.17 3
663 30만원과 김성은 2019.05.16 4
662 그곳에 가고 싶다 한일신 2019.05.16 21
» 기형의 바람 최연수 2019.05.16 2
660 제주도에서 한 달 살아보기(5) 최은우 2019.05.15 18
659 봄잔치 이진숙 2019.05.15 3
658 개자리가 남긴 교훈 전용창 2019.05.15 4
657 밥 한 그릇에 담긴 사랑 변명옥 2019.05.14 62
656 지심도를 찾아 백남인 2019.05.14 56
655 하느님의 CCTV 김창임 2019.05.14 55
654 정치와 코미디 김현준 2019.05.13 65
653 황금 거북 김길남 2019.05.13 25
652 물음표와 느낌표 조선의 2019.05.13 25
651 골드 카네이션 정남숙 2019.05.12 53
650 나의 애송시 '동방의 등물' 곽창선 2019.05.10 50
649 무창포 가는 길 오창록 2019.05.10 32
648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기(4) 최은우 2019.05.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