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2 00:40
줄
전희진
이른 저녁을 걷는다
저마다 가슴에 코를 빠뜨리며 걷는다
코가 껌같이 길게 늘어나는 저녁
되돌이표 원위치로 돌아가듯
중심을 붙잡고 길이 돈다
길에 매달려 서쪽으로 넘어가는 태양이 희미해진다
콜데섹. 막다른 골목 긴가민가 길이 돌아 나오는데
붙박이 나무에 묶여있는 쇠줄처럼
내가 돈다
귀를 챙챙 감고 온몸을 챙챙 감고
돌고 돌아서 결국 제자리로
집이 개처럼 나를 반긴다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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