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4 16:06
여름산 - 이만구(李滿九)
아침 이슬 살라먹고 떠오르는 태양
숲 속의 나무그늘 매미가 울고
내리막 길목 토끼들 풀 헤집고 부산하다
헝클어진 여름 풀밭 속 어디선가
밤사이 그리도 자욱하던 풀벌레 소리
황톳길 더운 바람으로 안겨 와
숨 죽이고 있는 짧은 한 철의 생명들
눈 오지 않는 산, 장대비라도 내리면
싹 뜨던 제비꽃 별무리 흔적 간 곳 없고
따스한 봄날의 기억만 남긴 체
힘 지친 기다란 회향초 줄기 스쳐가는
들풀의 황금 물결치는 산길 지나
하늘 구름 손 흔들다 타는 목마름으로
씨알 영그는 정오의 정적 속에
철 그른 꽃 피우려다 시들어가는 억새풀
마지막 한 방울 눈물마저 메말라가는
잃어버린 풀향기 7월의 로즈메리
산언덕 길목에서 그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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