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3 14:43
주홍장미 - 이만구(李滿九)
잃어버린 꿈 찾아 오래 살 집이라고
장미 한 그루 사다 테라스 화분에 심었다
한 달포, 장맛비 쏟아져 내리더니
사월 들어 장미 새순에 맺힌 꽃몽우리
수줍은 여린 꽃잎 펼치는
붉은 장미, 꽃의 향연 고대하였다
집 앞, 가로수 배꽃 눈송이 날리던 날
개화의 순간, 겹겹이 드러내는 속살
햇살의 은총 속에서 꽃 피우는 장미여!
잠 못 이루는 밤, 오월장미 생각에
창밖의 가로등 아래 비친 모습
아련히 타오르는 열망의 꿈
그러나, 장미는 붉은 꽃이 아니었다
기대가 그리 꼭 맞았으면 참 좋으련만
그래도 향기로운 정결한 큰 꽃으로
아주 발갛지도 않고 수줍어하는 듯
고개 숙인 꽃, 밝은 색 주홍장미 아닌가
무거운 화분 옮겨 앞태를 둘러보니
옛집 정원에 피던 그 붉은 꽃보다
뜻밖에 더 세련되어 보이어 또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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