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8 16:22
고향에 갔다 왔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걷지도 못하신다
친정어머니와 함께
내친 김에 아버지 성묘에도 갔다
왔다
아내는 밤이 깊어 갈 때까지
오락 프로나 미니 시리즈를 보면서 웃더니
불을 끄고 눈을 감고
울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갔는데
아버지는 말도 없으시고
웃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더라는 것이다
그리움만 더 주더라는 것이다
코를 풀고 다시 울먹이며 속삭인다
사천만원만 있어도
살 희망이 있었다는데
왜 800만원을 내놓지 못했는지
자식은 부모를 완전하게 사랑할 수 없는 것
그래도 아내는 벽에 걸려 있는
친정 식구들의 사진을 보며
너무 고생만 했다고 말한다
수줍은 새벽빛이 창문을 넘보는 시각
아버지의 선물
그리움을 간직한 채
아내는 잠이 들었다.
아름다운 사람
윙크는
몸으로부터
미소는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처음
공적인 만남에서
미소짓는 사람.
파리
엊그제 파리 한 마리가
방으로 들어왔다
기운이 없어
랩 탑 위에 앉아
몇 시간씩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손바닥으로 때려 잡으려다
그만 안돼 보여서
신경 안 쓰고
책상 앞에서 게으르지 않으려고
책장을 넘기고
노트를 넘기며
온라인 검색도 열심히 하다
피곤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어서도
파리는 날지 못하고
여전히 벽에 붙어만 있었다
똑같은 자세로
오전에 아내와 함께
치과에 갈 일이 생겨서
오전 내내
방을 비우고
점심때가 되어서
집으로 왔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아내는 길가 좌판 할머니에게서
사온 고구마 줄거리
정담을 나누면서
시어머니와 다듬고 있다
책상에 앉자마자
파리는 날아다니며
책 읽는 일을
밥 먹는 일을
이야기 하는 일을
생각하는 일을
음악 감상을
심지어 글 쓰는 일까지도
방해한다
윙윙거리며 곡선 비행으로
내 머리를
내 어깨를
내 등을 건드리며
오늘 하루를 망쳐 놓는다
내 배위에 내려 앉는
파리를 향하여
손바닥으로 후려친다
그러나
나는 나를 때리고
파리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결국
아내가 파리채로 잡는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507 | dArt | 정종환 | 2023.12.25 | 0 |
506 | Depression | 정종환 | 2023.12.26 | 0 |
505 | 477 | 정종환 | 2023.12.29 | 0 |
504 | 485 | 정종환 | 2024.01.02 | 0 |
503 | Poetry and Mackerel | 정종환 | 2023.12.25 | 1 |
502 | Mensa | 정종환 | 2023.12.29 | 1 |
501 | ER | 정종환 | 2023.12.30 | 1 |
500 | my Foolishness | 정종환 | 2024.01.02 | 1 |
499 | Love 12 | 정종환 | 2024.01.08 | 3 |
498 | Chocolate Chip Bar 2 | 정종환 | 2024.01.09 | 3 |
497 | white Night | 정종환 | 2024.05.15 | 4 |
496 | 530 | 정종환 | 2024.03.03 | 5 |
495 | 488 | 정종환 | 2024.01.08 | 5 |
494 | 503 | 정종환 | 2024.01.28 | 5 |
493 | To a friendly senior | 정종환 | 2024.05.15 | 5 |
492 | 561 | 정종환 | 2024.04.17 | 6 |
491 | rainy Night | 정종환 | 2024.01.10 | 6 |
490 | since I left my hometown | 정종환 | 2024.02.14 | 6 |
489 | in April | 정종환 | 2024.04.19 | 6 |
488 | Love | 정종환 | 2024.04.21 | 7 |
파리는 손바닥으로 잡으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반드시 파리는 파리채로 잡아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