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4 09:27
길 잃은 새 - 이만구(李滿九)
바람 불어와 날아든 한 마리 새
숲 속 먼발치
낙엽 지는 산길 따라
흔들리는 나뭇가지 앉아 긴 목청 뽑는다
간간이 들려오는 가슴 찡한 새소리
순수한 자연 속 야생의 아픔이
가끔은 내 안의 울음처럼
먼 하늘 스치는 눈물 어린 애수로 다가와
발길 돌리어 귀 기울이게 한다
이 청명한 날, 저 투명한 울음소리!
가난한 내 어머니 품 안 아기의 콜릭처럼
어찌, 깨어질 듯 소리쳐 울고 있느냐
허공 내디디고 두 발 총총거리는
너의 간절한 소릴 들으며
나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하여 생각한다
아~ 길 잃은 새의 노래여!
허수히 보이지 않으려 어느 둥지 친 곳으로
아주 자췰 감추고 싶은 걸까
먼 산 그림자 어스름 내려 노을 붉다
다시 숨 죽이다 회생한 새는
없었던 일처럼 떠나는 여정의 길
가을 속으로 훨훨 자유로이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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