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레

2008.10.20 08:04

장태숙 조회 수:849 추천:80

   걸레
            


너의 그늘을 찾아 뱃가죽으로 쓸고 간다

접근할수록 번져가는 내 몸의 얼룩이
슬픔처럼 깊어가도
비굴함 없이 감싸 안는 거
부드러운 겸손으로 너의 상처를 핥고
네 고통 내 주름 속살 깊숙이 흡수시키며
나는 흥건히 어두워진다

비웃지마라
뒤엉킨 시간이나 너덜거리는 세상의 먼지와 땟물  
뒤집어 쓴 건 내가 아닌 너였다
네가 게워낸 것들 쓸어안으며 나는 흔쾌히 어두워졌고
너를 벗겨내며 그 찌꺼기까지 기꺼이 들이마신다.

엎질러진 물이나 커피처럼
도처에 흩어진 네 울음 충분히 거두고
널브러진 내 육신 뜨거운 비눗물에 팍팍 삶아
뽀송뽀송 되살아나면
다시 또 너에게 가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6 새해에는 장태숙 2011.01.20 941
125 영정사진 장태숙 2011.01.20 768
124 미주문단, 큰 별이 지다 (조사) 장태숙 2010.02.14 1234
123 물 위에 뜬 도시 장태숙 2010.01.29 1161
122 전화 장태숙 2009.10.16 1020
121 커피 향 젖은 봄날 장태숙 2009.07.08 1257
120 먼 길 떠나는 김수환 추기경 장태숙 2009.02.20 1112
119 자목련, 자목련 장태숙 2009.02.11 951
118 빈 집 장태숙 2008.10.20 985
117 피아노 장태숙 2008.10.20 987
» 걸레 장태숙 2008.10.20 849
115 사막은 가시를 키운다 장태숙 2008.03.17 933
114 이른 봄, 포도밭에서 장태숙 2008.03.17 958
113 늙은 어머니를 씻기며 장태숙 2008.02.06 903
112 돌 속에 깃든 자연의 세계 -가주수석전시회- 장태숙 2008.01.24 1521
111 우회(迂廻) 장태숙 2007.10.28 922
110 너의 장례를 준비한다 장태숙 2007.10.13 883
109 진주 장태숙 2007.10.13 932
108 올챙이 피는 연못 장태숙 2007.08.27 821
107 꿈의 주소로 가는 지하철 장태숙 2007.08.14 1052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3
어제:
0
전체:
52,4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