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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지우는 아니어도

2020.12.18 23:09

김길남 조회 수: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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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지우는 아니어도



안골은빛수필문학회 김길남










다른 사람의 사상이나 이념, 가치를 이해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보다. 대의(大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길인가를 살피면 될 텐데 오긋한 욕심 때문에 남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요즘 온 나라가 시끄러운 장관과 총장의 다툼을 보면 알만하다.

전투 사령관은 장관과 총장이지만 크게 보면 검찰개혁 세력과 권력을 지키려는 세력 사이의 싸움이다. 지키려는 세력은 과거 집권 때 검찰 권력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정권유지를 위해 권력을 휘둘러 강압과 고문 등으로 없는 간첩도 만들어내고, 내란음모도 조작해 정적을 몰살시켰다. 자기들의 잘 못은 눈먼 큰애기 시래기 다듬듯 슬슬 캐어 불기소하고, 뒷거래로 차떼기도 하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만들어 냈다. 그 맛에 검찰 권력을 지키려 한다.

권력 다툼은 좋지만 잘못하다가 나라가 거덜날까 걱정이다. 중국의 고전에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춘추전국시대에 조나라에 염파 장군이 있었다. 매우 용맹하여 여러 싸움에 나가 죽을 고비를 넘기며 잘 싸워 나라를 지켰다. 그런데 인상여란 사람은 미천한 직위에 있었는데 강한 진나라의 강압과 무리한 요구를 외교로 막아내고 그 공으로 높은 지위에 올랐다. 염파는 자신의 머리 위로 올라앉은 인상여를 고깝게 보기 시작했다. 전장에서 수도 없이 공을 세운 내 체면은 뭐냐? 기회만 닿으면 인상여에게 굴욕감을 주려고 했다. 이를 알아차린 인상여는 염파를 피해 골목으로 숨고 피했다. 부하들이 왜 약한 모습을 보이느냐고 하니 나와 염파 장군이 다투면 위급한 나라사정이 어려워져 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깊은 감동을 받고 가시나무로 만든 회초리를 등에 묶고 인상여를 찾아가 좁은 생각이었으니 벌을 내려달라 했다. 이 뒤 둘은 가까워져 문경지우를 맺었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 차지철과 김재규도 서로 권력다툼을 했다. 권력은 차지철이 세었으나 군대 시절 김재규가 훨씬 상관이었고 나이도 많았다. 권력이 약하다고 차지철이 ‘어이, 김 부장 이러고저러고 해’ 하며 명령하고 부마사태 책임을 김재규에게 씌우고 몰아 부치니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치밀어 탕! 탕! 탕! 권총을 쏘아 정권이 무너졌다.

나라의 큰 일꾼들을 동량(棟梁)이라 한다. 큰 기둥이다. 기둥이 만약 쓰러지면 집은 저절로 무너진다. 기둥들이 싸우다가 집이 무너질까 염려된다. 문경지우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나라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인상여와 염파 장군의 고전에서 배워 깨닫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한다.

결과는 하늘이 정할 것이고, 국민이 원하는 대로 끝날 것이다. 검찰이 잘 못하면 누가 감히 그들에게 벌을 줄 수 있는가? 요즘도 검찰은 자기들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뭉쳐 외쳐댄다. 누가 그 좋은 권력을 내놓으려 하겠는가? 그렇지만 그들의 행적을 보면 알만 하다. 절대 공정하지 못하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누가 못하게 하겠는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고 검찰의 잘못도 똑같이 수사해야 한다. 그런데 공정하지 못한 사안이 비일비재하다. 검찰의 입맛대로다. 김모씨의 검찰 접대 사건이 벌어졌는데 수사를 하여 기소하며 100만원 미만의 룸살롱 접대라고 두 명은 무혐의 처리했다. 빵 몇 쪼가리 훔쳤다고 기소하여 징역을 살리면서 100만원 접대는 괜찮다니 말이나 되는가? 이런 걸 보고 국민은 판단할 것이다. 무엇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검찰의 장래를 위하는 길인가를. 이 번이 마지막 기회다. 만약 이번에도 못한다면 검찰 개혁은 영원히 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2020. 12. 16.)




* 문경지우 : 서로 목숨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아주 친밀한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