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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13.05.24 02:24

식물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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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이월란(2013-5)


초록 호르몬이 핏줄을 타고 도는
꽃받침 같은 시트 위에 누워 있어요
동물과 식물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동물은 마음이 변하는 데로 옮겨 다니지만
식물은 옮겨 다니지 않아요
동물은 다른 동물들을 찢어 먹지만
식물은 햇살로 하얀 밥을 지어서 먹어요
가끔씩 나의 분비물도 다시 비벼 먹지요
두 눈꼬리가 흘린 눈물이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입술을 타고
두 귀로 다시 들리기도 하구요
세포벽이 자라기 시작했어요
누군가의 침략을 막아내야 하니까요
어금니에 물린 바짓가랑이 같은
꽃도 무거워 잠시 내려놓았어요
힘센 짐승들이 더 많아지고
그래서 사냥에 지칠 때면
언제라도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세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난
이 자리에 있을 거니까요
아주 적절한 계절이 오면 다시
꽃이 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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