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9 08:34
참으로 오랫동안 미주문협 이사로 계셨던 유봉희 선생님의 1주기 (9월 30일)
유고 시집 입니다.
『왼손의 드레』 유봉희 중닭의 무게다 오븐에 놓고 찜통에 넣던 통닭 무게 악수 할 때 나선 적 없고 중요한 서류에 싸인 해 본적 없지만 반가운 포옹에는 조용히 오른손을 마주 잡아 따듯한 둥지를 만들어 주고 기도할 때는 다소곳 정성을 보태주던 왼손 그러다가 휘청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온힘으로 버텨서 기어코 몸을 일으켜 세워주던 거침없이 찬조 역에서 주역으로 건너뛰던 왼팔과 왼손 새삼스레 왼손을 쓸어본다 나비의 양 날개처럼 새의 두 날개처럼 양쪽 팔과 손이 함께 할 때 푸른 하늘이 열리는 걸 이제 알았다 닭은 날개 달린 공룡의 후손이라며? 중닭의 무게가 왼팔의 드레*가 되는 이 시간 우리란 말을 고요히 완성시키는 세상의 왼손들에게 고마움을 * 드레: 사람의 품격으로서 점잖은 무게 |
우리는 언제나 한 존재의 소중함을 뒤늦게야 깨닫게 되는 것인가. 매일 매일 오른 손을 중심으로 이어가던 삶에서 어느날 왼손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낄 때가 있으니. 그 왼손은 누구와 악수할 때도 싸인을 할 때도 그것을 오른 손에게 양보하였다. 그러나 반가운 사람을 만나 포옹할 때 왼손은 조용히 오른손을 마주 잡아 따듯한 둥지를 만들어 주었다. 또한 기도할 때도 왼손은 다소곳이 정성을 보태어주었다. 그러니 왼손이 없다면 삶의 기쁨과 지극한 정성도 성취할 수 없는 것. 오른손만으로는 어느 것도 완성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몸의 균형 잃고 넘어질 때. 왼손은 자기를 먼저 내던져 우리 몸을 보호한다.
성서에도 오른손의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 시인은 1972년에 도미하여 지금은 샌프란시스코 부근의 월넛 크릭(Walnut Creek)에 살고 있다. 버클리문학 활동을 펼치며 좋은 시를 쓰고 있다. 2014년 한국에서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을, 그리고 2018년에는 ‘제1회 시와정신해외문학상 시인상’을 수상하였다. 올 여름 ‘시와정신국제센터’에서는 8월 2일 샌프란시스코 라스모어 달러 하우스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시인은 다소 불편한 왼손을 오른 손으로 감싸쥐고 있었다. 오른 쪽과 왼쪽이 서로 존중할 때 우리 사회도 아름다운 사이꽃을 피우게 되느니. ‘우리’라는 말을 고요히 완성시키는 세상의 왼손들에게 시인은 극진한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다.
-김완하(시인·한남대 교수)
< 작가 프로필 > 이름; 유봉희 EU BONG H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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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가주 고 유봉희 시인님은 엘에이 김영교 시인님과 함께, 제가 2017년 시인의 이름표 단 이래, 저의 롤모델로 늘 격려와 친절을 베풀어주신 분으로 기억합니다.
아프신 가운데도 '왼손의 드레' 마지막 신작시등 저의 댓글에 답변해 주신 시인입니다. 가을산 위에 슬픈 사슴의 서정을 시속에 남기시고 떠나신 시인님, 다시 한번 추모하며 천상명복을 빕니다.
깊은 시적 안목으로 유고시집을 펴내신 '시와 정신'사의 김완하 시인님께도 많이 감사드립니다.
샌디에이고에서
노을 이만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