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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2012
2016.03.08 08:55
호박(琥珀) 속의 모기
권영하<경북 문경시 점촌중학교>
호박 속에 날아든 지질시대 모기 한놈
목숨은 굳어졌고 비명도 갇혀 있다
박제된 시간에 갇혀 강울음도 딱딱하다
멈추는 게 비행보다 힘드는 모양이다
접지 못한 양날개, 부릅뜬 절규의 눈
온몸에 깁스한 관절 마디마디 욱신댄다
은밀히 펌프질로 흡혈할 때 달콤했다
빠알간 식욕과 힘, 그대로 몸에 박고
담황색 심연 속에서 몇 만년을 날았을까
전시관에 불을 끄면 허기가 생각나서
호박 속의 모기는 이륙할지 모르겠다
살문향(殺蚊香) 피어오르는 도심을 공격하러
아바타 한 켤레 (영주신문)
문 제 완
잠이 깬 새벽녘에 물끄러미 바라보니
현관 쪽 신발들이 제 멋대로 잠들었다
고단한 입을 벌리고 코를 고는 시늉이다
늘 그렇게 아옹다옹 하루를 부대끼다
저들도 가족이라 저녁에 모여들어도
서로가 지나 온 길을 묻는 법 절대 없다
오고 가는 내 모든 길 묵묵히 따르느라
굽도 닳고 끈도 풀린 가여운 내 아바타여
부푸는 밤공기를 안고 나처럼 누웠구나
중앙시조연말장원
역에서 비발디를 만나다
유 영 선
이번 역은 여름역 초록그늘 여름역입니다
온도가 조금 올라도 모세혈관 불붙는 사람
심장을 던져버리고
내리시면 됩니다
눈빛마다 불이 붙는 가을역 곧 도착 합니다
南도 北도 한때는 저리 붉어 아팠는데
타는 몸 놓아버리고
바람처럼 내리세요
가슴에도 얼음 얼어 겨울역도 투명 하군요
눈물의 달빛 사다리 환승할 분 내리세요
초승달 허리에 피는
살풋 그리움 안고
다음 역은 꽃잎 날리는 아지랑이 봄 역입니다
노랑제비 애기똥풀 별빛보다 밝은 마음
손끝에 하늘 물 들 때까지
활짝 펴고 날으세요
201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비브라토/김석이
호수 위에 떠 있는 백조의 발밑으로
수없이 저어대는 물갈퀴의 움직임
점선이 모여서 긋는 밑줄이 떠받치는 힘
차선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들
꿈틀거리는 지면을 가속으로 쫙쫙 펴는
평평한 길 아래 있는 주름들의 안간힘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의 손가락들
소리의 맹점 찾아 이리저리 누를 때
닫혔던 물꼬를 틀며 길을 여는 강물소리
부딪쳐야 파문으로 밀려오는 그림자
짓눌려야 짓물러야 풀어지는 소리 가닥
발끝에 온힘을 모아 중심을 잡고 있다
[2012 국제신문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떠도는 섬
-어느 독거노인의 죽음 /유헌
엎어진 숟가락처럼 섬 하나 놓여 있다
막걸리 쉰내 나는 툇마루만 남아서
밤마다 갯바람소리 환청에 떨고 있다
느릿느릿 애 터지게 바람이 불어온다
둘이 같이 살아보자 옆구리 토닥이던
파도가 밀려왔던 자리, 절벽이 생겨났다
무연히 쓸어보는 방바닥엔 흰머리뿐
파도에 멍든 자리 동백꽃이 새살 돋고
창문을 더듬는 햇살, 하얗게 질려간다
칠 벗겨진 양철대문에 파도소리 출렁인다
그물코에 빠져나간 한숨들을 깁는가
오늘도 뱃고동소리 속절없이 지나간다
[2012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눈뜨는 화석 천마총에서 / 황외순
소나무에 등 기댄 채 몸 풀 날 기다리는
천마총 저린 발목에 수지침을 꽂는 봄비
맥 짚어 가던 바람이 불현듯 멈춰선다
벗어 둔 금빛 욕망 순하게 엎드리고
허기 쪼던 저 청설모 숨을 죽인 한 순간에
낡삭은 풍경을 열고 돋아나는 연둣빛 혀
고여 있는 시간이라도 물꼬 틀면 다시 흐르나
몇 겁 생을 건너와 말을 거는 화석 앞에
누긋한 갈기 일으켜 귀잠 걷는 말간 햇살
[2012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양해열
외계인을 기다리며
끽해야 20광년 저기 저, 천칭자리
한 방울 글썽이며 저 별이 나를 보네
공평한 저울에 앉은
글리제 581g*!
낮에 본 영화처럼 비행접시 잡아타고
마땅한 저곳으로 나는 꼭 날아가리
숨 쉬는 별빛에 홀려
길을 잃고 헤매리
녹색 피 심장이 부푼 꿈속의 ET 만나
새큼한 나무 그늘에서 달큼한 잠을 자고
정의의 아스트라에아,
손을 잡고 깨어나리
비정규직 딱지 떼고 휘파람 불어보리
낮꿈의 전송속도로 밧줄 늘어뜨리고
떠돌이
지구별 사람들
하나둘씩 부르리
*생명체가 존재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또 다른지구’가 골디락스존 (GoldilocksZone)에서 최근에 발견되었다.
애기똥풀 자전거 (박성규) -2012년 경상일보
색 바랜 무단폐기물 이름표 목에 걸고
벽돌담 모퉁이서 늙어가는 자전거 하나
끝 모를 노숙의 시간 발 묶인 채 졸고 있다.
뒤틀리고 찢긴 등판 빗물이 들이치고
거리 누빈 이력만큼 체인에 감긴 아픔
이따금 바람이 와서 금간 생을 되돌린다.
아무도 눈 주지 않는 길 아닌 길 위에서
금이 간 보도블록에 제 살을 밀어 넣을 때
산 번지 골목 어귀를 밝혀주는 애기똥풀
먼지만 쌓여가는 녹슨 어깨 다독이며
은륜의 바퀴살을 날개처럼 활짝 펼 듯
폐달을 밝고 선 풀꽃, 직립의 깃을 턴다.
[2012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탯줄-거가대교에서/황외순
찰싸닥,
손때 매운 그 소리를 따라가면
갓 태어난 핏덩이 해 배밀이가 한창이다
어둠을 죄 밀어내며
수평선 기어오른다
비릿한 젖 냄새에 목젖이 내리는 아침
만나고픈 열망하나 닫힌 문을 열었는가
섬과 섬 힘주어 잇는
탯줄이 꿈틀댄다
당겨진 거리보다 한 발 앞선 조바심을
여짓대던 해조음이 다 전하지 못했어도
짠물 밴 시간을 걸러
마주 앉은 저 물길
2012 경남신문 시조 당선작
바람의 뼈
- 불일암 /유선철
단순한 무대는 화려하고 장엄했다
오롯한 발자취, 죽음마저 연주였다
고요는 달빛을 풀어
그의 뜰 쓸고 갔다
모서리 동그마니 묵언에 든 나무 의자
그 아래 하얀 뼈가, 말씀이 묻혀 있다
망초꽃 흔들어놓은
바람이 거기 있다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연암, 강 건너 길을 묻다/김종두
차마 떠나지 못하는 빈 배 돌려보내고
낯선 시간 마주보며 갓끈을 고치는 연암,
은어 떼 고운 등빛에 야윈 땅을 맡긴다.
근심이 불을 켜는 낯선 세상 왼 무름팍,
벌레처럼 달라붙은 때아닌 눈발 앞에
싣고 온 꿈을 물리고 놓친 길을 묻는다.
내일로 가는 길은 갈수록 더 캄캄해
속으로 끓는 불길 바람 불러 잠재우면
산과 들, 열하를 향해 낮게낮게 엎드린다.
[2012 아시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우포 왕버들/민 승 희
살얼음 정수리에 꽃대하나 벌고 있다
서리 내린 가지마다 동안거 푸는 버들
이른 봄 풍경소리가 우포늪을 깨운다
적멸을 꿈꾸는가, 가시연 마른 대궁
깃을 턴 휘파람새 푸른 정적 깨트리면
하르르 이는 바람에 물비늘이 일어난다
감았던 눈을 뜨면 문빗장이 열리듯
희뿌연 이내 걷고 우뚝선 수마노탑
층층의 뼈대하나가 하늘을 받쳐 든다
버들가지 필 때마다 옥개석도 자라나고
금강경 피워 물듯 초록 장삼 두른 나무
그 앞을 도는 사람들 부처마냥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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