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폐허
금을 찾아 몰려왔던 사람들이 다 떠나고 토박이만 남아 쓸쓸해진 어느 마을의 한 가운데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지 오래되어 폐허가 되어버린 공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은 잡초가 무성해지고 버려진 땅이지만
그 한 복판에는 예전 번성하던 시절의 영화를 알려주듯 화려하게 장식된 화단이 있었는데 그 화단 안에는 철이
되면 퇴락한 주변의 풍경에 어울리지 않게 눈부신 장미들이 분에 넘칠 만큼 만발하곤 했습니다. 일확천금의
꿈을 찾아서 이 마을로 찾아온 남녀들이 주말이면 일주일의 고단했던 금광 일을 모두 씻어버리고 화려하게
성장하고 나와 거닐면서 무성하게 넘칠 듯 피어오른 장미들을 찬탄하며 사랑을 나누던 모습이 아직도
그 사치스럽게 장식된 화단에 남아 있는 듯합니다. 장미 화단 앞에서 거리의 악사들이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면 딸그랑거리며 빈 양철통 안으로 떨어지는 동전 소리마저도 마치 음악의 한 부분인 것처럼 즐겁게
들리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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