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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묵호항의 파도소리
2007.09.25 12:23
묵호항의 파도소리
행촌수필문학회 김병규
강원도에는 아름다우면서도 험준한 산이 많다. 무릉산 산마루에 솟아있는 바위들은 금강산 못지않은 천하의 절경이었다. 그 바위 끝에서 매달려 살고 있는 소나무를 바라보노라니 끈질긴 생명의 존엄성이 느껴졌다. 낮은 곳으로만 흘러가는 무릉계곡의 물을 보면서 자신을 낮추려는 겸손을 배워야 했다. 저 물이 흐르고 흘러서 동해의 넓은 바다를 채우리라.
동해바다의 큰 파도에 몸을 씻는 묵호항으로 갔었다. 서해바다의 이름 없는 포구가 고향인 나는 바다에 얽힌 추억이 많다. 바다는 어디나 내 마음의 고향이다. 동해바다는 내 젊은 날의 추억을 묻어둔 곳이어서 찾아가는 데 마음이 설렜다. 30년 만에 찾은 묵호항은 변화가 많았다. 다만 쉬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소리만 변함이 없었을 뿐.
방파제는 국토를 보존하고 항구를 지키는 수호신이다. 묵호항의 방파제는 견고해 보였다. 태풍과 파도의 위력으로 방파제를 무너뜨리는 사례가 많은데, 묵호항의 방파제는 어느 곳보다 심한 동해의 풍랑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방파제가 심한 파도를 이겨내려면 그 파도의 위력보다 더 큰 힘을 지녀야 한다. 방파제가 무너져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은 묵호항의 방파제처럼 견고하지 못한 탓이다.
묵호항의 방파제 위에는 거대한 8층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방파제는 파도를 막는 일과 고층건물의 주춧돌이 되어 2중의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건물 아래로는 파도가 넘실거려 바다에 지은 집 같았다. 그 건물이 바로 낭만과 로맨스를 느낄 수 있는 ‘꿈의 궁전호텔’이었다.
망망한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꿈의 궁전호텔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내 생애 최상의 날이었다. 잠자리에서도 끝없이 넓은 바다가 보이고, 바다의 밤풍경은 오징어잡이 어선들로 환상적인 불꽃잔치가 연출되고 있었다. 하늘의 별들보다 더 많은 어선들은 오징어잡이로 온 밤을 보내고 있었다. 불빛과 어울린 파도소리에 취하여 나 역시 뜬 눈으로 밤을 샜으나, 추억을 엮어가는 밤이어서 피로하지 않았다.
수평선 저 멀리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동해를 박차고 솟아오르는 아침 해가 희망찬 하루의 문을 열었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돋이 풍경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는 희망이고 서해에서 지는 해는 내일을 약속한다. 그렇게 해가 뜨고 지면서 세월은 자꾸 달려가서 우리에겐 인생의 최후가 다가오리라.
꿈의 궁전호텔 옆에는 거대한 ‘문어상’이 있었다. 문어상에는 실화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에 묵호항에 훌륭한 호장(촌장)이 살고 있었다. 가을바람이 삽상하게 불고 파도소리가 요란하던 날, 두 척의 배가 나타났다. 침입자들은 무자비하게 약탈을 감행하고 부녀자를 납치하였다. 호장은 마을사람들을 동원하여 용감히 싸웠으나 패하고 말았다. 호장이 끌려가면서도 약탈자들에게 호되게 꾸짖자 천둥번개가 치고 심한 파도가 일어 배가 뒤집혀 모두 죽고 말았다. 남은 한 척도 달아나려하자 거대한 문어가 나타나 배를 뒤집어 모든 사람들이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 문어가 호장의 넋이라 하여 문어상을 설치하였다. 그 뒤 마을은 평온했다. 착한 사람이 문어상 앞에서 경배하면 큰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이 찾아가면 죄를 뉘우친다고 했다.
묵호항은 아무리 심한 풍랑도 이겨낼 수 있는 견고한 방파제와 호장의 넋이 살아있는 문어상이 잘 지켜줄 것이다. 방파제를 스치는 파도소리도 영원할 것이다.
(2007. 09. 25. 추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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