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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blue>내가 수필을 배우는 까닭
2007.10.15 22:08
내가 수필을 배우는 까닭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목요반 이수홍
2006년 9월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에 입학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내가 쓴 글로 책을 한 권 출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옛날에는 글을 쓸 때 원고지에다 펜으로 썼다. 지금은 컴퓨터 자판으로 쓴다. 2005년 2월부터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못하면 문맹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컴맹이라고 한다. 컴맹은 면해야 되겠고, 글을 써야 되기 때문에 배우기 시작한 것이다. 큰아들이 컴퓨터를 새것으로 구입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즉시 와서 손을 봐주는 사람까지 지정해주어 배우기 좋은 조건이었다.
안골노인복지회관에서 기초반, 인터넷활용 반을 마치고 서원노인복지회관에서 다시 그 과정과 태그 반을 수료했다. 자판으로 글을 쓰기에 불편함이 없기까지는 일주일이 걸렸다. Daum 플래닛에 틈틈이 글을 써서 저장했다. 디지털카메라도 사주어 내가 촬영한 사진을 글과 함께 플래닛에 올리는 재미도 짭짤했다.
마침 고향 후배 류응교 교수(전북공대, 건축공학박사, 시인)의 안내로 수필창작과정에 입학하여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9월 6일 10시, 첫 시간이었다. 수강생들은 30대에서 70대까지로서 내가 두 번째 고령이었고, 남자 5명에 여자가 20명으로 가족적인 분위기였다. 즐겁게 수업이 진행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사는 즐겁지 않으면 도중하차 하고 마는 게 보통 사람의 삶이다.
교수님께서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고 특히 불광불급(不狂不及)<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 없다>을 강조하셨다. 내 평소 철학과 일치되어 맘에 들었다. 판소리와 북, 컴퓨터에 미친 내가 또 글쓰기에 미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좌우간 미쳐보기로 작정했다. 마부작침(磨斧作針)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정신으로 열심히 할 생각을 했다.
학교 다닐 때 수필은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라고 배워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공부를 시작해 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그런 관념으로 썼던 것은 잘못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소재는 애당초 내가 신변잡기를 쓰려고 해서 살아온 일들, 경찰생활에서 겪은 수사실화 등이 많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제일 문제로 생각했던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컴퓨터 한글 프로그램에서 알려 주어 쉽게 해결이 되었다. 문장의 길이를 조정하는 것이나 문단을 나누는 방법도 차근차근 배우고 나니 어려움이 없었다.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없애고 엑기스로 써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중복된 말을 피하고 비속한 언어를 피하라고 했다. 약어를 남발하거나 한자어와 외래어를 남용해서는 안 된단다. 초등학교 상급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로 쓰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가르치는 교과서에도 쉬운 말로 쓰라고 하면서 <비속> <남발> <남용>이란 용어를 쓰고 있으니 쉽게 쓰는 것이 어느 만큼인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제일 어려운 것이 묘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많이 쓰지 않은 어려운 낱말을 써야만 잘 쓴 글로 인정을 하는 독자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모든 단어는 사전에 있다. 그렇다고 사전을 전부 뒤져서 쓸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내가 아는 단어실력으로 쓸 수밖에 없었다.
- 수필창작 5단계 요령
- 바람직한 수필 쓰기 발전 단계
- 수필을 쓰는 바른 자세
- 수필에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언어
등을 인쇄해서 컴퓨터책상 앞에 붙여 놓고 내 스타일로 쓰고 있다.
내가 글을 써서 교수님께 메일로 보내면 교수님이 검토를 해서 행촌수필 문학회 홈페이지에 게시를 한다. 그 글을 회원들이 읽고 댓글을 달아주며 격려해준다. 내 글을 교수님이 검토해서 서재에 올리면 기분이 참 좋다. 글을 보내고 나서 기다리는 일은 즐거움과 약간의 초조가 버무려진 기대된 시간이다. 홈페이지에 뜰 때면 애인이나 이산가족을 만난 듯 반갑다.
나는 1998년 경찰에서 정년퇴직을 하고 판소리와 북을 배우고 있다. 노래는 즐거울 때 많이 부르는데 노래를 부르면 즐겁다. 북을 치는 것도 재미가 있고 운동도 되어 건강에도 좋다. 고로 내가 미칠[狂]수 있었다. 단 판소리는 북을 처 주는 사람이 있어야하고, 북은 창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제 맛이 난다. 그러나 글을 쓰는 일은 혼자 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좋은 점이다. 혼자 조용히 주제를 선정해서 자료를 모으고 틀을 짜서 꾸미고 다듬는 일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삶의 진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충분히 화광화급(化狂化及)<미치게 되면 미치게 된 다>일 수 있다고나 할까?
열심히 배우고 써서 계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에서 제18회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을 했다. 한없이 기뻤다. 고희의 나이에도 도전하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막상 등단을 하고 보니 글쓰기가 더 어려워졌다. 읽는 사람이 ‘이 정도 실력으로 등단을 하느냐고 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독자가 없는 글은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있는 한 독자는 없을 수가 없다. 독자가 나 혼자일지라도 나는 글을 쓸 생각이다. 내가 사라지고 나면 내 후손이 독자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125편을 썼다. 우선 올해 안에 책을 펴내고 계속 글을 써서 또 한 권을 낼 계획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내가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글을 쓰는 일이다. 내 손가락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수 있을 때까지 나는 끊임없이 글을 쓰고 쓸 작정이다.
[2007.10.1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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