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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대화의 숨은 힘

2018.03.27 03:47

라만섭 조회 수:40

대화의 숨은 힘

 

말은,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 함을 가지고 있다. 말을 잘하면 안 될 일이 될 수 있고, 말을 잘못하면 될 일도 안 된다고 한다. ~할 때와 어~할 때의 어감이 다르다지 않는가. ‘말 한마디로 천량 빚을 갚는다는 말이 생긴 이유를 알만 하다.

 

인터넷이 일상화되기 전(1990년대) 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구인, 구직(求人,求職)이 주로 신문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좋은 일꾼(직원)을 구하는 회사의 직원 모집광고가 매일 대도시의 일간 신문의 구인란을 장식하곤 했다. 특히 관리직을 구하는 광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있었으니, 소통에 능한(Communication Skill) 사람을 찾는다는 문구이었다. 회사의 업무능률을 올리는 동력은 담당 직원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에 있다고 본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학력이나 경력이, 업무 능률의 향상을 저절로 약속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화려한 학력이나 경력이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다. 효율적인 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쉽고도 어려운 것이 말이다. 말하기는 쉬워도 말한 대로 실천 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입 밖으로 나온 말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말은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말은 화자의 생각과 감정을 나타내는 수단이 된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고 하는 속담이 함축하듯이, 말의 향배는 인간관계의 성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말 한마디로 가깝던 친구가 원수로 변할 수도 있다. ‘혀끝을 놀리기에 따라서 죽고 사는 문제가 갈리기도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인가 보다.

 

생김새나 성격이 다르듯이 말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같지 않다. 말이 가 되는 수가 흔하다. 특히 특정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대화의 방법이 더욱 민감하게 떠오르는 것을 본다. 같은 현상을 놓고도 부정적인 언사를 쓰기보다는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소통 효과가 배가된다고 한다.

 

부부간의 대화는 그것을 잘 보여준다. 어떤 부부는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통해 원만한 관계를 이어가는가 하면, 부정적인 말로 서로를 비난하며 책임전가하기에 바쁜 부부사이는 종종 이혼으로 비화하는 것을 본다. 대화에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필수적이다. 고운 말로 긍정적인 언어를 많이 쓰는 부부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갈 확률이 크다고 한다. 대화 없는 부부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말은 촌철살인의 힘을 지녔다고 하는데, 그 좋은 보기를 나는 미국 40대 대통령 로날드.레이건을 통해서 본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특유의 온화한 미소와 감각적인 죠크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 정치인이었다. 그가 할리우드배우로 있을 때의 이야기 이다. 영화배우로서의 그의 생애는 그리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B급 배우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었다. 이를 빗대어 죠지.부쉬 당시 부통령이 그의 장례식장에서 추모사를 하면서 소개한 우스갯소리가 있다. 다음은 레이건이 친구와 주고받았다는 대화의 내용이다. “자네 대통령 같은 거 한번 해 볼 생각 없나?” 친구의 말에 레이건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왜 자네도 내연기가 시원치 않다고 생각하나? 자꾸 대통령 같은 거나 한번 해 보라구하게.” 이 같은 익살에 그 자리에 참석했던 외국정상들을 포함한 조문객들이 웃음을 참노라고 애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됐던 일이 생각난다. 장례 식장의 무거운 공기는 이내 걷히고, 생전의 레이건에 얽힌 일화와 함께 그를 추모하는 자연스러운 자리로 바뀌게 됐던 것이다.

 

대화 중 긴장된 분위기를 푸는 데에는 가벼운 유머만 한 것이 없다. 상대를 웃음바다에 빠트려 허우적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악의 없는 한마디의 농담이 가진 잠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기에 따라서는 약도 되고 독도 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의 역할도 할 수 있는 것이 대화가 지닌 숨은 힘이다.

 

 

 

 

2018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