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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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은 외 27편

2021.08.10 13:27

정종환 조회 수:18

아름다움이 머무는 곳은

 

목숨을 다하여

사람들은 길을 달린다

묻는다. 왜 사냐고?

꿈이 무엇이냐고?

대답한다.

무한정 소유

무한정 행복

무한정 경쟁

무한정 부

무한정 지위

무한정 승리

무한정 지배

무한정 건강

그러나 이런 유한한 장애물들을 제거하라

그리고 슬픔의 노래 하나 불러라

"무한은 유한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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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과 사랑

 

세상만사

 

결과는 

하나지만

원인은

수만가지

그 원인들을

찾아내는

그리고

한가지 결과에만

집중하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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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질문

 

햇빛을 타고

오는 시간이

내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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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욕

 

우리는 5가지 욕들을 알고 있다

색깔

소리

향기

접촉

        우리는 5가지 죄들을 범하고 있다

                                                                   눈으로

                                                                   귀로

                                                                   코로

혀로 

                                                                   피부로

우리는 5가지 인생들을 살고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데로

              우리가 들을 수 있는데로

                            우리가 말할 수 있는데로

                                          우리가 맛볼 수 있는데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데로

                                                                                               나는 5가지 세계들을 배웠다

그리고 유토피아의 

                                                                                                        정의 또한 잘 알고 있다                                  

                                 그것들이 오늘 나를 어루만져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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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끝에서

 

1월 매서운 바람이 겨울 들판을 쓸어갔다. 어제 내렸던 눈길은 얼음판이 되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우리는 그러니까 나와 아내, 두 아이, 동네 어르신, 소년 소녀들은 41번 버스에서 내려 길을 건넜다. 그리고 중년 여인과 국민학생 2명이 아빠! 하면서 뛰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 문이 닫히고 차는 달아났다. 우리는 손을 흔들며 봉고차 뒤를 쫓았지만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한참 어깨를 움츠린 채 손을 호호 불며 걸었다. 조금 있으려니 또 한 대의 텅 빈 승용차가 휑하니 마을로 도망쳤다. 논길을 걸으며 어렸을 때를 생각했다. 개나리 피었고,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져 있었고, 여름에는 각시붕어 메기를 잡으며 물장구 치고 나서 굴뚝 연기가 피어 오르면 집으로 돌아오던 동네 풍경을...지금은 어린아이들, 새, 물고기는 없고, 농약병, 비닐조각들, 무너진 냇둑에는 더러운 오물만 넘치고 있다. 더구나 착하기로 소문났던 세종이 아저씨는 하루도 술을 안 먹으면 살 수 없는 다리가 썩어가는 술 주정뱅이가 되었다. 이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국민학교 다닐 때 매일 책가방을 들어다 주었던 재호가 타라고 손짓을 했다. 우리는 올라 탔다. 우리는 고개를 한 곳으로 모으고 신나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얼굴 사이로 오늘도 마을 어귀에 혼자 서 있는 복자네 할머니가 보였다. 우리는 그 곁을 지나가면서 젖은 눈길로 인사를 했다. 할머니 셋째 손녀는 돈 벌러 서울로 올라가서 공장을 떠돌다가 몇년 전부터는 술집이나 다방으로 가고 말았다. 그 뒤로는 명절이 되어도 고향에 오지 못하고 있다. 그 예쁜 손녀가 넘어올 산길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할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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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매일 아침

 

창문 덮개 블라인드 올리면

녹슨 철조망 담장

유리병 깨진 조각들

꽃밭

이름없는 꽃들이 흔들린다

 

알지 못하는 이웃집

붉은 벽돌 위에

그림을 

눈빛으로

어둠을 뚫고

오늘 하루를 그린다

 

창문을 열면

나는 화가가 되어

어릴적 꿈을 이룬다

 

메가 시티에서

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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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헤어질 수 있어도

잊을 수 없는

나의 거처

 

떠날 수는 있어도

버릴 수는 없는

나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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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이겨라

 

일생을 이기려고

살아간다

학교에서

일터에서

가정에서

어느 곳에서라도

누구와도

어떤 상황에서도

장대높이뛰기 경기

선수처럼

가장 높이 뛰어 넘으려고

100미터 달리기 결승선으로

달려드는 속력으로

허들 넘는 안간힘으로

지지 않으려

질주한다. 정말 그럴까?

상대를 패자로 만들면

승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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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주

 

노동이냐 즐거움이냐?

노동과 즐거움

즐거움 있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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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

 

새벽

창문 열고

책상 앉자

반딧불 한마리

책상 위

기어다닌다

 

죽이려다

 

아침이 오자

어디론가

사라지는 

반딧불

저녁이 오면

날아오겠지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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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네 어머니

 

 

계단을 스쳐 올라가면서

처음 보았던

두 눈동자의 강인함

 

 

가족도 아닌 우리 가정에

국이 없을 때는 무국을

돈이 떨어지면 은행이 되어주던

이웃 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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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대하여

 

악어 조련사

관광객 위해

수년 동안 먹이를 주었다

그러던 오늘 순간

팔이 악어 입에 물렸다

객석에서

한 사람 뛰어 올라와

악어 입을 벌렸다

날카로운 이빨 사이

피흘리는 악어 먹이감

숙련된  조련사를

죽음에서 끌어냈다

웅성웅성 수군거림

"야생동물

아무리 훈련받았어도

야생동물일 뿐"

조용한 응시

"인간

아무리 사회생활 잘 해도

인간일 뿐"

모든 존재가 먹이감으로 보이는

무대같은

늪지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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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진격하는 장난감 병정보다

더 외로운 우주는 없다

 

쫓겨나는 난민 행렬보다

더 긴 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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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거울

 

반사하는 유리 앞에 서면

나만 보이고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없는 바다 앞에 서면

나는 보이지 않고

하늘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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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랑이 아니었다

 

 

40년 전

옆집 사는 여자 아이와

사랑에 빠졌다

담장 하나 사이에 두고

2층 창문에서 1층 부엌 쪽문으로 내려보다

그녀 이름, "지안"을 부르면

나를 올려보며

미소를 보조개 미소를 선물로 주었다

그렇게 하루 가고

          1달 가고

          1년 가고

          10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두 담장 사이 넘을 수 없는 공간을

뛰어 넘어 내 방으로 들어왔다

말할 사이도 없이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나의 시와 철학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냥 그 날 밤 시간이

우리 둘을 싸서 사라졌다

그 후로

그녀는매일 밤 나를 불렀다

나는 약속 장소에 가지 않았다

나는 이미 다른 여자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이것이 그녀와 헤어진 이유라고 믿어 왔는데

40년만에 다시 생각해보다

그 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코가 내 코를 건들였을 때

나는 사랑의 향기보다 더 강렬한

향기를 맡았던 것이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전국 1등 하면서도 

                          똑똑하고

                          예의 바르고

                          진취적이고

                          모범적이었던

어여쁜 지안을 내게서 밀어낸 것은

또 다른 사랑이 아니었다

                               축농증 비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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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물

 

얼음은 

깨뜨려 진다

견고하고

움켜 쥐어서

자신의 자신으로서

살 수 있을 뿐

그림자 비틀거림도

볼 수 없는

마음의 눈빛

 

흐르는 것

깨뜨릴 수 있을까

부드럽게 

손을 펴서

타인의 자신으로

즐길 수 있을 뿐

그림자 숨소리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귀들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되고

물이 얼면 얼음이 된다

 

그 사이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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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날

 

30년 넘게

 

아내가

"당신 어머니는

딸은 고생하면 안되고

며느리는 고생해도 된다는

것이지!"

라고 말했다

 

그러면 

나는 곧바로

 

"당신 어머니도

아들은 고생하면 안되고

사위는 고생해도 된다는 것

아냐!"

 

앙갚음 해 왔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보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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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의

코로나 19

 

우리의 

백신

 

당신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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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욕

 

오늘

뉴욕으로 밀려드는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자유 여신상

자전거 해변 도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스카이 라인

월 스트릿

돌진하는 황소

타임 스퀘어 광장

센트럴 팍

세계무역기구 빌딩

911 기념 박물관

유엔

자연사 박물관

카네기 홀

뉴욕 식물원

링컨 센터

허드슨 강

조스 퍼브

브로드웨이

뉴욕 공공 도서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첼시 시장

에프 디 알 하이웨이

브루클린 다리

리버사이드 처치

그리고

이 모든 곳들에서 

깔끔하게 정리되어

볼 수 없는

뉴욕 최고 관광물

투명인간을

나는 오늘 마주하고 있다

경건한 이름, 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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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슬픔

 

땅으로 떨어져

씨앗이 되어서

싹이 되어서

썩어져

살아남기를 거부하는

지치지 않는

가만히 흐르는

피의 슬픔

오직

나의 죄들만 떠올라

너의 온유함을

칭찬해 주기 바쁜

사람의 기쁨

 

옥토처럼

쉽게 부서지는 자아의

아픔

베드로 네번째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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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슬픔

 

땅으로 떨어져

씨앗이 되지 못하고

싹이 되지 못하고

썩지 않아서

살아만 남으려 

애쓰는

발버둥치며 흘리는

피의 슬픔

오직

너의 잘못들만 떠올라

나의 잔인함을

뉘우칠 수 없는

사람의 슬픔

 

다이아몬드처럼

상처입지 않는 자아의

아픔

악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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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돌의 노래

 

무딘   칼

날카롭게

 

어리석은 사람

지혜롭      게

 

자      신을

소모시켜라

 

그리고 또한

떨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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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책

 

작업장에 없는 

좋은 것들이

연구실에는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업장이 아닌

연구실에서 계속

일하려고

하루 25시간을 바친다

대를 물려주려고 발버둥 친다

그런데 단 한가지

없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일까?

과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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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란

 

도수가 맞는

안경을 쓰자

 

작은 것들이 크게 

보이고

 

먼 곳에 있는 것들이

가깝게 보여서

 

불편함이 사라졌다

 

정말

모든 것이 변했을까?

 

다같이 한번

안경을 벗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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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이른 아침

창문을 열자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

속에서

바람에 실려온

새소리 

번역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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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험

 

사랑은

옳은 말을 주장하는 것

아니라

틀린 주장을

들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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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

 

사라져

빛이 사라져

어둠도 사라져

우주의 별들도 사라져

은하계도

존재의 가치도

사라져

지상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을 때까지

바라만 보는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울기만 하는 꽃,

닿을 수 없는 거리

이를 수 없는 시간

빛의 속도로

생각만 하는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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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와 개미 

 

 

 

개미에게는

 

거미에게는

 

 

창고가 있고

 

 

거미줄 있고

 

 

먹이를 찾아 다니며

 

 

먹이를 기다리며

 

 

앞만 볼 수 있는 눈이 있다.

 

 

옆을 볼 수 있는 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