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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역사 탐방 -덕수궁 돌담길의 산책-

2007.06.01 18:42

박정순 조회 수:550 추천:51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슴 두근거림은 어린 시절 소풍 떠나기 전날의 그런 설레 임이다. 일정이 앞당겨져 부랴 부랴 가방을 쌀 때 느껴지는 흥분을 어떻게 설명하랴? 독도에 관한 시를 발표하고 시화전을 하면서도 정작 나는 독도아닌, 포항조차도 방문한 적이 없었다. 아니 그 어느 곳보다 가고 싶은 곳 1순위로 적어 놓았지만 이곳보다 더 먼곳까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도 정작 한국내에 있는 내 시의 화두에서는 방문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날씨에 따라 며칠이고 섬에 발이 묶여야 한다는 기후조건이 떠나기도 전에 미리 갈 수 없는 곳으로 나를 마비시킨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동북아 역사재단의 시민 연대 독도 탐방은 나로서는 독도를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마침 서울에서 하던 일을 접고 약간의 시간적 여유도 있겠다 언제 내게 이런 황금같은 기회가 또 찾아 올 까? 싶은 것이었다. 아침에 일찍 출발하려던 계획이 변경되어 당일 밤 12시에 서울 시청역에서 출발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집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번거로워 강남에서 일을 마치고 바로 출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름대로 몇 번 체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디지털 카메라의 건전지가 충전을 필요로 하는 신호를 보내왔다. 카메라 대리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시간이라 용산까지 택시를 타고 건전지와 메모리 카드를 구입했다. 전자상가에서 용산 역으로 걸어가는 도로 가에는 포장마차들이 즐비해 소주잔을 놓고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의 정겨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마음을 가볍게 해주었다. 시청역에서 내려 출발 버스가 정차하는 곳을 확인한 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는 터라 교보문고로 가려고 했던 마음을 바꾸고 카페에서 미국 문화와 프랑스 문화에 관한 책을 읽었다. 독서삼매경에 빠져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해져 있을 때 종업원은 미안하다는 듯 조심스럽게 10시 반에 문을 닫는다고…… 말해 주었다. 다시 거리로 나서니 갈 곳이 없었다. 1시간 반 동안 서 있기 보다는 언젠가 홍박사가 동북아 역사재단을 갈 때 가르쳐 준 길, 덕수궁 돌담길이였다. 군데 군데 켜져 있는 가로등과 담장 너머의 또 다른 모습들이 서울의 바쁜 일상과는 다른 아름다움에 오랫동안 고요함에 젖어 있었다. 밤길을 혼자서 또각거리며 걷는 산책의 즐거움을 오랫만에 맛 보았다. 함께 떠나고 싶었던 회원들을 생각하면서 혼자 떠나 온 것에 대한 아쉬움은 컸지만 후일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 밤이 깊어 갈 시간에 어둠 속에서 서로를 반기는 이들의 손짓, 그리고 버스는 불빛이 화려한 도시를 뒤로한 채 포항을 향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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