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08.08.22 08:27

아줌마 1파운드 줄이기

조회 수 1619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난 주 사우나 갔다가 체중계의 바늘을 보고 쇼크를 먹었다. 10파운드가 더 나가다니 믿어 지지가 않았다. 저녁을 실컷 먹고 간 것을 감안하더라도 말이 안 되는 숫자였다.

지난 몇 주 동안을 곰곰이 돌아 보았다. 맞아! 요즘 바지가 꽉 끼이고 몸이 많이 둔했어…증세가 뚜렷했는데도 애써 무시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얼마 전 남편 사무실 근처에 새로 오픈한 베이커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란잼이 듬뿍 든 소라빵과 초컬릿 쿠키를 거의 입에 달고 살았다. 그뿐인가. 서너시쯤 되면 카프치노 위에 뿌려주는 윕크림 맛을 잊지 못해 스타벅스를 뻔질나게 드나들던 달콤한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당분간 '베이커리'와 '스타벅스'를 멀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평소에 먹는 식사량을 줄일 자신은 없었다. 한끼라도 소홀히 먹었다 싶으면 도무지 머리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토요일 아침 파머스 마켓에서 토마토와 오이 그리고 무화과 몇 알로 아침을 때웠다. 날씨도 화창하고 몸도 가뿐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머잖아 체중도 빠질 것 같았다.

정오가 가까워 올 즈음부터 비도 부슬부슬 오고 날씨가 어둑어둑하니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창 밖을 내다보고 있자니 뒷집 팜트리가 새삼 이국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시화전 초청 받은 사실이 떠올랐다. '이런 까막귀신' 내 머리를 한대 쥐어박으며 얼른 안방으로 올라가 옷장 문을 열었다. 날씨로 인해 시화전에 참석한 사람들의 기분이 축 쳐져 있을 것이다. 몇 달 전 한번 입고 넣어뒀던 연하늘색 원피스가 생각났다.

일단 몸에 옷을 끼워넣기는 했는데 운전 석에 앉으니 아랫배가 장난이 아니게 조여 왔다. 휴! 이 옷도 이젠 끝장이군. 모임장소로 가는 내내 분풀이 하듯이 껌만 씹어댔다.

시화전하는 곳에 들어서니 옷이 화사하다고 한마디씩 했다. '감사합니다'하면 될 것을 나도 모르게 '저 10파운드 늘었어요.' 뱉어버리고 말았다. '날씬하기만 하네요'라고들 했다. 너무 티를 낸 것 같아 아차 싶기도 하고 10 파운드나 늘었는데 그럴리가…의아스럽기도 했다.

일주일간은 거의 배고픔만 면할 정도로 가볍게 먹었다 '더 먹어.' 아무 생각 없이 뱉는 남편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사우나를 갔다. 체중계 위에 올라서는 것이 겁이 났다. 어라~ 겨우 1파운드 덜 나간다. 으흐흑! 음식을 더 줄이라는 것은 죽으라는 말이나 같은 거야! 비통한 마음으로 체중계의 바늘을 쏘아봤다. 그런데 언뜻 체중계 옆 벽면에 무슨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7파운드 하세요" 라는 조그만 글자였다. 세상에 그랬구나 고장이었구나.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속태운 것이 억울하기도 했다.






?
  • 오연희 2015.08.12 08:32
    백남규 (2010-12-03 21:05:37)

    연희씨 몸매가 날씬하다. 고 생각했다. 언제. 내가 처음 연희씨를 보았을때. 요즘은 모르겠다. 본 지 오래되서. 사진상으로는 여전히 이쁘시던데...
  • 오연희 2015.08.12 08:33
    백남규 선생님
    댓글 옮기다가 선생님 흔적 보았습니다.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9 수필 바이올린 오연희 2009.04.10 1979
208 파 꽃 1 오연희 2009.03.16 1501
207 어떤 동행 1 오연희 2009.02.19 1244
206 읽는 즐거움에 대하여 1 오연희 2009.02.11 1196
205 가고싶은 길로 가십시오 1 오연희 2009.01.27 1349
204 수필 봄을 기다리며 1 오연희 2009.01.20 1333
203 수필 마음 비우고 여여하게 살아 1 오연희 2008.12.13 1527
202 수필 그냥 주는데도 눈치 보면서 1 오연희 2008.12.01 1311
201 수필 영어와 컴퓨터 그 미궁 속에서 1 오연희 2008.10.28 1780
200 억새꽃 1 오연희 2008.09.17 1620
199 수필 가을에 쓰는 겨울편지 1 오연희 2008.09.06 1726
198 오연희 2008.09.03 1493
197 나 가끔 1 file 오연희 2008.08.29 1403
196 수필 눈치보기 1 오연희 2008.08.22 1355
» 수필 아줌마 1파운드 줄이기 2 오연희 2008.08.22 1619
194 수필 야박한 일본식당 오연희 2008.08.22 1588
193 수필 코리아타운 웨스턴길에서 오연희 2008.08.22 1504
192 지진, 그 날 1 오연희 2008.08.01 1349
191 바닷가에서 1 오연희 2008.05.30 1468
190 자카란타 오연희 2008.05.30 1645
Board Pagination Prev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