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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마당과 바로 옆집 수영장은 나무 담으로 경계가 지어져 있다. 옆집의 수영장에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려 올 때면 정답게 동네를 산책하던 그 댁 부부의 환한 표정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는데 그들 부부가 갈라섰다는 소문이 들린다. 얼마 후 집이 세일로 나오고, 새 주인이 이사를 들어오고, 집들이를 하는지 그 집 앞에 차들이 우르르 모여드는가 싶더니 악기까지 동원해서 노는지 웅웅대는 소리로 온 동네가 진동을 한다. 수영장에서는 다시 풍덩거리며 떠들어대는 웃음소리가 들려오지만 전 주인 부부의 행복과 갈등의 순간들을 상상하며 안타까이 그집 창을 바라본다.

무슨 사연일까 그런 결단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가도 미국사람들은 우리와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헤어진 후에도 서로 왕래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경우를 몇 번 보았기 때문이다.

미국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거의 못 알아듣는 내 영어실력을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저런 동네 소식을 들려주던 그 남자도 말끝에 지금 자기 집에 '엑스 와이프' 가 와 있다고 했다. 너무도 생소했던 단어 '엑스 와이프'. 대충 감은 잡혔지만 설마 싶어 대화가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물었다. '이전의 아내'란다. 헤어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더니 그렇단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 우리 가족이 LA로 이사 왔을 때다. 우리 집 두 집 건너 사는 남자가 집 앞을 지나가다가 이삿짐을 옮기는 우리를 보고 먼저 알은척을 했다. 자신의 이름과 직업 등등 이런저런 자신의 신상을 털어놓더니 역시 이야기 끝에 자신의 엑스 와이프가 바로 옆 동네에 산다고 한다.

두 남자 모두 그 말을 얼마나 예사스럽게 하는지 '저어기 우리 딸이 사는데' 그런 말투다. 그 후로도 몇 번 비슷한 경우를 목격하며 우리와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면 사람들은 흔히 정서가 달라서 라고 한다. 정서란 무엇일까? "정서란 인지적 사회적 문화적 요소에 의해 달라지는 주관적 경험이나 느낌인데 유기체 내외의 자극에 의해 일어나는 반응으로서 대상에 대한 행동 경향성이다. 대개 감정 기분 기질 성격 생각 행동과 관련된 정신적. 생리적 상태를 가리킨다"고 한다.

대체로 좋을 때만 '우리'인 우리의 정서로는 헤어져도 '우리'인 그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부부의 연은 끝나도 '자식이 있으니까' 혹은 사랑은 끝나도 상대를 배려해야 하는 '존재'로 보기 때문에 혹은 윗세대부터 내려온 익숙한 감정 이라는 의견을 내는 분도 있지만 모두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다.

상처를 남긴 사람들끼리 가능하면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사람의 심리일 것이다. 각자의 길로 떠나버린 옆집 부부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엑스(Ex)'라는 말을 앞에 붙인 새로운 '우리'가 되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른 정서에 대해 더 열린 마음으로 대해야 할 것 같다.

미주 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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