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시집
2008.07.20 12:47

가연(佳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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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佳緣)



                                                                          이 월란




우리 이제 말해도 좋겠습니다
좁은 골목길을 모로 서서 비켜간 사무치는 인연에 대해
기억의 길 끝으로 달려가면 언제나 서로의 노을로 서 있던 모습에 대해
가슴터에 서로의 집을 지어 활짝 열어 두었던 문 뒤의 멍울진 어둠에 대해
무엇엔가 미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날마다
두 멜로디가 겹쳐 흐르는 세상 귓가에 한 곡조만을 가려 들어야 했던
고달픈 신경에 대해
정갈한 정물화처럼 앉아 있어도 마음 온통 쏟아져 내리는
빈 화병이 되었던 시절에 대해
섣불리 마비되어버린 이승의 향기가 단지 슬픔 뿐이었다고
흐르는 것들 속에서 정지해 버리고 싶었던 과욕에 대해
습기 없는 마른 꽃처럼 부서져 내릴까
경건하리만큼 평화스러운 현실의 풍경 속에
그저 한 점으로 찍혀 있어도 천지가 흔들리던 광란의 전율에 대해
끝나버린 축제의 뒷마당처럼 산란한 감정으로도
양파처럼 벗길수록 눈물나는 생의 껍질에 대해
영원히 목 축이지 못할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리들의 우물에 대해
말간 살갗 아래 화농진 마음에 대해
한순간 나를 떠밀어 넣은 이 아름다운 수렁에 대해
애초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두려워 예사롭지 못한 인연에 대해

                                                                      
200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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