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02 14:15

여기는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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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D.M.Z.



                                                                  이월란



달리고 있나요
뼈와 살이 맞닿은 계절의 경계를
헤매고 있나요
군정에서 민정을 꿈꾸는 애증의 표류지대를


몸 찢고 나온 것들이 어디, 걸어다니는 저것들 뿐이겠어요
통통하게 살찐 비명들이 알을 깨고 걸어나오고 있잖아요
읽음과 읽지않음 사이, 난 지금도 수신 중이에요
여기 벌벌 기어다니는 자폐증 앓는 자모음 벌레들, 저장할까요?
맨홀 속 퀴퀴한 지하수같은 피통 속에
온실 속에서 수경재배 당한 우리들도 저 줄기 끝을 타고오르면
붉고도 연한 자주색 꽃이 필까요, 저장될까요?


마취제는 동이 났다는데 여기 저기 분만실이군요
상상임신으로 낳은 아가들은 피를 닦지도 않고
탯줄을 친친 감은 채 뛰어다녀요
저러다간 사춘기를 거치지도 못하고 살비듬마다 주검꽃이 필거에요
ff▶▶를 누른 리모콘 앞의 화면처럼


굴욕의 시대는 잊으세요
우린 미니수족관 유리벽에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머릴 찧는
눈이 부신 열대어, 원산지를 잊어버린 진기한 에인젤피시에요
굳은살 박이며 달려온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반고체로 찍힌 역청 스민 신발창은 이제 떼어 버리세요
무기를 버리세요


인기척 사라지면 스스로 치유되고 회복되는 땅
그늘의 제자가 되어요
지뢰밭 속에서도 생명의 잔치가 은밀히 베풀어지는 땅
꿈의 유골이 지금도 발굴되고 있는
여긴, 한가로운 중립을 꿈꾸는 비무장지대
하늘다람쥐 하늘을 나는, 우리들의 D.M.Z.에요

                                                           200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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